산업 "메모리 생산 두 배로도 부족"···최태원이 본 AI 반도체 미래

산업 전기·전자

"메모리 생산 두 배로도 부족"···최태원이 본 AI 반도체 미래

등록 2026.07.14 13:19

신지훈

  기자

수요 증가 속도, 기존 증설 계획 뛰어넘는 구조 전환HBM·KV 캐시 등 신기술 수요 확대 따른 투자 집중엔비디아·TSMC 등과 어깨 나란히 하는 글로벌 행보

최태원 SK 회장이 28일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 에 출연해 AI 인재상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최태원 SK 회장이 28일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 에 출연해 AI 인재상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

"메모리 반도체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사이클 산업이 아니다."

ai 아이콘 한입뉴스

OpenAI의 기술을 활용해 기사를 한 입 크기로 간결하게 요약합니다.

전체 기사를 읽지 않아도 요약만으로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Quick Point!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사이클 산업이 아니라고 강조

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시장이 생산능력 확보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

AI 시대 변화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으로 메모리가 핵심 인프라로 부상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 확대보다 빠르게 진행

생산능력 자체가 시장 지배력과 가격 협상력으로 연결

SK하이닉스 전략

SK하이닉스, 나스닥 ADR 상장과 40조원 규모 자금 조달 추진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 첨단 패키징 경쟁력 강화, 차세대 반도체 장비 확보에 투자 집중

장기공급계약(LTA) 확대 추진으로 사업 안정성 확보 시도

향후 전망

AI 투자 둔화나 공급 확대 속도 증가 시 변동성 가능성 남아 있음

HBM 중심의 AI 메모리 시장이 과거와는 다른 성장 공식 형성

SK하이닉스, 글로벌 AI 인프라 패권 경쟁 중심으로 도약 시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뉴욕에서 던진 이 한마디는 AI 시대 메모리 산업의 변화를 압축하고 있다.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이 반복되던 기존 메모리 시장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 속에서 '생산능력 확보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가 추진한 나스닥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과 약 40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도 같은 흐름에 올라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과 첨단 패키징 경쟁에서 생산능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ADR 상장 오프닝벨 행사 이후 가진 특파원 간담회와 CNBC·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AI 시대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확실한 구조적인 변화는 이미 일어났다고 본다"며 "옛날과 같은 공급 과잉 패턴의 사이클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과거 메모리 시장은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었다. PC와 스마트폰 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반복됐고, 반도체 기업들은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사이클에 대응해야 했다.

하지만 AI 시대가 열리면서 시장의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메모리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AI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다. 공급 확대보다 수요 증가 속도가 더 빠른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현재는 수요 증가 속도가 우리가 공장을 짓고 공급을 늘리는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며 "반도체 팹을 건설하고 웨이퍼를 생산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인프라 병목도 많아 공급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AI 기업들의 요구 수준은 SK하이닉스의 기존 증설 계획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미국 서부에서 주요 고객사를 만난 경험을 소개하며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메모리를 더 받을 수 있느냐,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느냐였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향후 5년간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고객들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더 큰 폭의 공급 확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매우 크다"며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오기 전까지 이런 수요 모멘텀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시대 새로운 메모리 수요를 이끄는 대표 사례가 HBM과 KV(Key-Value) 캐싱이다. KV 캐시는 AI 모델이 이전 대화와 문맥 정보를 저장해 반복 계산을 줄이는 일종의 'AI의 기억 공간'이다. AI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최태원 SK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관계자들이 ADR 상장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출처=SK하이닉스 유튜브 캡처최태원 SK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관계자들이 ADR 상장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출처=SK하이닉스 유튜브 캡처

최 회장은 "AI 성능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양의 KV 캐시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과거에는 PC와 스마트폰 한 대가 메모리 수요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한 사람이 수백 개의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SK하이닉스의 투자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메모리 기업을 넘어 엔비디아, 브로드컴, TSMC 등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들과 같은 기준에서 평가받겠다는 전략이다.

조달 자금 역시 재무구조 개선보다 미래 경쟁력 확보에 집중된다.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패키징 경쟁력 강화, 차세대 반도체 장비 확보가 핵심이다.

AI 반도체 경쟁은 이제 기술력만의 싸움이 아니다. 누가 먼저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첨단 장비를 선점하며, 고객에게 안정적인 공급망을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공급 부족 시장에서는 생산능력 자체가 시장 지배력과 가격 협상력으로 이어진다.

SK하이닉스가 장기공급계약(LTA) 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 회장은 "장기공급계약이 정착되면 일정 물량과 가격을 방어할 수 있어 메모리 사업 자체가 훨씬 안정적인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P&T7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제공SK하이닉스 신규 팹(Fab) P&T7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물론 메모리 산업이 완전히 경기순환 구조에서 벗어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AI 투자 확대가 둔화하거나 공급 확대 속도가 빨라질 경우 업황 변동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HBM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시장이 과거 범용 D램 중심 시장과는 다른 성장 공식을 만들고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최 회장이 그리는 미래도 메모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AI 기술, 스타트업, 글로벌 파트너와의 합작사업(JV) 등 AI 생태계 전반으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결국 "메모리는 더 이상 사이클 산업이 아니다"라는 최 회장의 발언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다. AI 시대에는 메모리 공급 능력이 곧 AI 경쟁력이 되는 새로운 산업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40조원 규모의 ADR 자금 조달 역시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다. SK하이닉스는 이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서기 위한 승부에 나서고 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