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은 이달 50~60대 경증질환자를 위한 종합보험을 판매하면서 건강체에 적용하는 표준요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낮춰 이틀 만에 7000건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건강한 고객과 건강하지 않은 고객에게 동일한 보험료율을 적용해 향후 건강한 고객이 계약을 갱신하거나 신규 가입할 때 보험료 인상 부담을 떠안게 됐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5월 1주(2~3일) ‘퍼펙트 플러스 종합보험’ 효도플랜을 7115건(4억8000만원) 판매했다.
이 플랜은 이달 50~69세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기획상품이다. 기획상품은 통상 특정 계층이나 연령층을 대상으로 단기간 내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활용된다.
인수심사 기준을 완화해 가입 문턱은 낮추고 보장금액은 높여 불과 이틀 만에 7000건 이상이 판매됐다. 하루 평균 3500건 이상의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경쟁사들도 놀라워 할 만큼 이례적인 판매 기록이다.
특히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업계 최저 수준의 보험료다. 60대 고객의 월 보험료는 최저 3만원대다.
61세 기준 3종(20년 갱신형) 월 보험료는 남성 5만5330원, 여성 3만4310원이다. 5종(10년납·100세 만기) 월 보험료는 남성 13만960원, 여성 8만1900원이다.
현대해상은 법인보험대리점(GA) 보험설계사 교육자료를 통해 “다른 보험사의 상품에 비해 50% 이상 보험료가 저렴하다”며 “이 연령에 이 가입금액을, 이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해상이 이 같이 보험료를 낮출 수 있었던 것은 건강한 고객에게 적용하는 표준요율을 유병자에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유병자는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高)위험군이다. 건강체에 적용하는 표준요율 대신 할증요율을 적용해 더 높은 보험료를 받는다.
현대해상은 동일한 교육자료를 통해 ▲무할증 ▲무부담보 ▲무진사 등 ‘3무(無)’는 해당 상품이 유일하다고 홍보했다.
다만, 인수심사 기준 완화 대상은 위험도가 낮은 경증질환자다. 암을 비롯한 중대질환자는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이에 따른 손해율 상승이 결국 건강한 고객의 보험료가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유병자들의 보험료를 낮춰 발생한 손실을 건강체의 보험료를 올려 메우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강이 나쁜 유병자와 건강한 일반 고객이 동일한 보험료로 가입할 경우 손해율이 상승하고 위험률 재산출 시 보험료가 인상된다”며 “새로운 고객의 신규 보험료뿐 아니라 기존 고객의 갱신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에도 영향을 미쳐 장기간 안정적으로 고객의 위험을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해상의 무리한 상품 판매는 지난해부터 악화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773억원으로 전년 동기 1060억원에 비해 287억원(27.1%) 감소했다. 매출액은 3조2018억원에서 3조2368억원으로 350억원(1.1%)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495억원에서 1251억원으로 244억원(16.4%) 줄었다.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은 14일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화재를 제외한 국내 5대 대형 손보사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3590억원으로 전년 4728억원에 비해 1138억원(24.1%) 줄었다.
현대해상은 이번 상품은 경증질환에 대한 인수심사 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향후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일부 경증질환에 대해 할증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그동안 축적한 심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의 선택권을 확대했다”며 “인수심사 기준의 전략적 강화 또는 완화는 경쟁사들도 흔히 사용하는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또 “필요한 수준의 위험관리를 하고 있고 한시적인 판매여서 회사 전체 규모를 감안한 손해율 변동폭은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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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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