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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빠진 한수원, 정재훈 안전경영 공염불

[현장에서]얼빠진 한수원, 정재훈 안전경영 공염불

등록 2019.05.21 14:02

수정 2019.05.21 14:16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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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 “제일 기본은 안전운영, 기본교육 철저히 하는 것”원안위, 출력 통제불능 사태 불구 12시간 늑장 정지 조치무면허 정비원이 조작 증거도···원전 현장 첫 특사경 투입

<사진=정재훈 페이스북 캡쳐><사진=정재훈 페이스북 캡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취임 후 안전 경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었지만 최근 한수원엔 최악의 안전 문제가 터졌습니다.

정재훈 사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열린정보신뢰센터에서 원전 정보를 수시로 공개하고 있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제일 기본적인 것은 원전의 안전운영과 이를 위한 기본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이지요.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정 사장은 하루 전 13일에도 “오늘도 본사 간부들, 전국의 사업소장들과 화상으로 경영간부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원전의 안전운영과 관련해서 다시 한번 원칙과 기본을 강조하고 신재생에너지, 정보보안과 디지털융합 등 여러부서에서 협조해야할 사항을 중심으로 사내협업의 실천을 주문하였습니다”며 안전에 대한 언급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수원은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1호기를 시험 가동하다 과도한 열로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었는데도 12시간 가까이 계속 가동한 것으로 드러나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어제(20일)“한수원이 한빛 1호기를 시험 가동하던 중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정황이 확인돼 원전을 정지하고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투입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은 지난 10일 한빛 1호기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도중 발생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31분쯤 원자로 출력을 높이기 위해 핵연료를 덮고 있는 제어봉을 인출하는(들어올리는) 과정에 돌연 보조급수펌프가 저절로 작동했습니다.

직후 현장에 파견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들은 원자로 출력(열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원전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르면 제어능력 시험 중에는 열출력이 5%를 넘지 말아야 하는데, 당일 불과 1분 만에 18%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래서 증기발생기와 보조급수펌프에 이상 현상이 생긴 것입니다.

원자력안전법 26조에 따르면 열 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하는 즉시 원자로를 정지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한수원은 위험 수위를 넘기고 11시간 32분 더 가동한 뒤 오후 10시 2분에야 가동을 멈췄습니다.

한수원은 이날 “당시 실무자들이 열 출력이 5%를 넘으면 원자로를 멈춰야 한다는 규정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10일 시험 때는 자격증이 없는 일반 정비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까지 드러났습니다. 제어봉 가동 시험은 위험도가 높아 원자로조종면허나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를 가진 직원이 직접 조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당일 면허가 없는 계측제어팀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것입니다.

<사진=정재훈 페이스북 캡쳐><사진=정재훈 페이스북 캡쳐>

정 사장은 사고가 터진 이후 법 위반 사실 여부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한수원이 드디어 본궤도에 올랐다고 페이스북에 자랑했습니다. 16일 오후 6시경 “한수원의 금년도 1/4분기 당기순이익이 4,255억원을 기록했고 이런 결과는 원전가동율이 ‘18.4월 취임 당시 52% 수준에서 금년 3월에 83% 가까이 올라왔으며 그간의 비상경영조치들이 착근되었기 때문입니다”고 그 배경까지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제 한수원호가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그간 준비하고 계획해왔던 내외부 혁신작업들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본궤도에 올랐다고 자화자찬을 했지만 결국 현장에서의 메뉴얼을 어긴 것이 드러난 한수원은 현재 여론의 못매를 맞고 있습니다. 원전 전문가들은 한빛 1호기가 체르노빌 원전사고 직전까지 가는 중대 위험에 노출됐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원안위는 “한수원이 열출력 제한치 초과에도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았고, 원자로조종면허가 없는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도 확인했다”며 엄중 문책을 시사했습니다. 원안위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투입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수원에 특사경이 투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사경은 원안법 위반에 대해 수사권을 가진 원안위 소속 공무원입니다. 과거 원안위가 위법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수단은 벌칙이나 과징금 등 행정처벌에 그쳤지만, 2017년 6월 특사경 제도 시행 이후 긴급체포, 압수수색, 구속영장 신청 등의 수사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은 안전조치 위반 논란에 대해 반박하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오늘(21일) “한빛 원전 1호기의 경우 모든 안전설비가 정상상태를 유지해 체르노빌 원전과 같은 출력 폭주는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수원은 “한빛 1호기는 지난 10일 오전 10시30분 제어봉 인출을 시작해 원자로 출력이 18%까지 상승했지만, 발전팀이 이를 감지하고 오전 10시32분에 제어봉을 삽입하면서 출력은 오전 10시33분부터 1% 이하로 감소, 오전 11시02분부터는 계속 0% 수준을 유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한빛 1호기는 원자로 출력 25%에서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계돼 있어 제어봉 인출이 계속됐더라도 더 이상의 출력증가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무면허 정비원이 제어봉을 조작했다는 지적에도 “원자로 운전은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 또는 원자로조종사면허를 받은 사람이 해야 하지만,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 소지자가 지시·감독하는 경우에는 해당 면허를 소지하지 않는 사람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번 한빛 1호기의 경우 정비원이 원자로조종감독자인 발전팀장의 지시·감독 아래 제어봉을 인출하였는지는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7일 한수원은 한빛 1호기 시험 가동에 참여한 발전팀장과 운영실장, 발전소장 등 3명을 보직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정 사장은 20일 페이스북에 “오늘 임원회의는 한빛1호기관련 내용으로 무겁게 시작하였지만 철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여 이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다짐하며 끝냈습니다. 언제 어떤 경우에도 기본정보와 있었던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능한 개선조치부터 우선 시행토록 해야겠지요”라고 글을 개재했습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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