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익률 기록한 퇴직연금 놓고 ‘대수술’ 감행여당 내 특위 통해 대책 마련···당정협의 거칠듯사적기금에서 기금제로 전환···디폴트옵션 도입그간 무관심 속에 수익 고려하지 않은것이 문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퇴직연금의 연간수익률은 1.01%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에도 못 미쳤다. 최근 5년(2013~2017년) 평균 수익률도 2.33%로 국민연금 수익률(5.20%)을 밑돌았다. 한국의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OECD 평균 6.6%와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직장인들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해 만들어진 퇴직연금이 이처럼 초라한 수익을 보이는 이유는 ‘무관심’이 컸다. 실제로 직장인들 중 자신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없는 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연금의 운용지시를 내려야 할 근로자와 기업의 무관심이 원인제공을 하게 됐고, 연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도 크게 노력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연금사업자 입장에선 가입자가 한 번 가입하면 잘 옮기지 않고, 원금손실만 안나면 되니깐 예적금 상품으로 유도하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문제 삼고 해결책을 고심했다.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는 지난 20일 퇴직연금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자본시장특위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와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수익률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기금형 퇴직연금제 법안은 이미 정부가 발의해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국민연금처럼 ‘대형 기금’으로 만들고 투자 전문가들에게 기금 운용을 맡기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까지 사적연금의 형태로 운용됐지만, 공적연금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보인다.
기존의 퇴직연금은 기업이 직접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퇴직금 운용을 위탁하는 방식이었다. 운용이 단순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근로자는 퇴직연금 설정에만 동의하고 기업이 기존 대출거래 등 이해관계에 따라 금융회사를 선정하는 일이 많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190조원이고, 내년엔 2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이 기금으로 운용된다면, 투자계의 ‘큰 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기금형을 도입한 미국과 호주는 수익률이 각각 8.6%와 9.2%에 달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민주당 특위가 내놓은 해법은 또 있다.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디폴트옵션은 구체적 운용지시가 없어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건데, 근로자가 운용책임을 지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적용된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지시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연금을 넣는다는 것이다. 2018년에 A은행의 정기예금 이자가 2.0%이고 B은행의 정기예금 이자가 1.5%라면, A은행의 정기예금을 통해 운용한다. 그러다 2019년에 A은행의 이자가 1.5%로 깎이고 B은행의 이자가 2.0%로 올랐다면, B은행으로 연금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다만, 디폴트옵션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민주당은 법안을 마련할 때 반드시 본인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가입자가 자유롭게 디폴트옵션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자본시장 특위를 이끌고 있는 최운열 위원장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 관련 정부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디폴트옵션 도입 관련 법안은 당정간 협의를 거쳐 입법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xpressur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