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조선 빅딜’ 정치적으로 다룰 가능성조선업계 “기업결합 반대 근거 부족”불승인 어렵지만 여러 조건 제시할 수도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하면 향후 산업계 전방위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업의 경우 일본 측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심사를 정치적 이유로 불허하거나, 또는 불승인은 어렵더라도 시장점유율 제한 등의 여러 조건을 달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말 일본은 한국 정부의 조선업 공적 지원이 자유 경쟁에 위반된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류 속에 조선업계 전망을 종합해 보면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일본의 반대 가능성을 낮게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양사 결합으로 초대형 조선사 탄생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겠지만, 결국은 결합심사를 통과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조선업은 유럽 선주들이 많아 유럽연합(EU) 심사가 가장 까다로울 것”이라며 “쟁점이 될 EU 결과에 따라 일본,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실제로 반대를 하려면 공정거래가 불가능한 수위의 기업결합이라는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면서 “반대 논리를 면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어렵지 않나 본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는 한일 양국 간 관계에 국한된 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은 글로벌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심사를 해야 해 동일한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 일본 경쟁당국이 한국의 기업결합은 반대하고 중국, 미국 등 다른 국가는 찬성하는 식의 편파적인 심사를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측도 일본이 글로벌 관계에 벗어난 기업결합 반대에 섣불리 나설 수 없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쳐져도 전세계 선박 제조의 절반 이상을 넘지 못한다. 특히 일본은 내수 수요가 많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는 니즈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일본은 2000년대 선박표준화 시기를 통해 한국 대형조선소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벌크선 중심으로 ‘표준선’을 설계·생산하고 중국과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 현재 일본 조선은 해운사·정부 주도 기술개발 등 해운사에서 필요한 과제를 정부가 조선소마다 역할 분담해 수행하며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분위기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유럽과 중동 지역 선주들을 대상으로 중대형 선박 영업을 하고, 일본은 자국 내 중소형 선박 영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관계는 아니다”며 일본 측이 반대할 만한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물적분할로 탄생한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어 이달 중 일본을 비롯한 중국, 카자흐스탄 등 우선 확정한 심사대상국에 기업결합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각 경쟁당국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했고 해당국의 심사 일정과 프로세스에 맞춰 충실히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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