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미도입·국산 대체 등 반도체 분야 영향 제한적 석유화학·해운업, 日 거래량 낮아 직접 제재 가능성↓철강업, 한 제품 수입 제한 시 日 기업 타격도 상당해 항공업, 비자발급정지 거론되나 현실 가능성 낮아 조선업, 현대重-대우조선 기업결합심사 앞두고 긴장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TV 디스플레이 핵심재료 3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4일부터 단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 한국 등 27개국을 수출 허가 취득절차 면제국인 ‘화이트 국가’로 지정했지만 8월부터는 한국만 제외한다.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에 수출하고자 할 때 정부로부터 별도 허가 신청 및 심사를 받아야 하며 평균 90일(약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일본 정부 발표 직후 혼란에 빠졌던 반도체 업계는 내용이 구체화 될수록 안정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정부의 조치가 국내 반도체 생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법령 상에는 3가지 품목에 대한 명칭은 나타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수출영별표(수출상품 분류표) 상에 언급된 제품이라고만 명시하고 있다. 법령의 참조문을 추적해야만 구체적인 제품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규제에 해당되는 레지스트가 무엇인지에 대해 혼선이 발생했던 이유이기도 하다”라며 “레지스트 관련해서는 EUV용 레지스트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수출영별표(수출상품 분류표)에 따른 레지스트는 ▲반도체용 노광 공정에 사용하는 레지스트로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15나노미터 이상 193나노미터 미만의 파장의 빛에서 사용하기 최적화된 포지티브형 레지스트, 1나노미터 초과 15나노미터 미만의 파장의 빛에서 사용하기 최적화된 레지스트) ▲전자빔 또는 이온빔으로 사용하기 위해 설계한 레지스트이며, 0.01마이크로클롬 이하의 감도를 가진 것 ▲표면 이미징 기술용으로 최적화된 레지스트 ▲국제 반도체 제조장치재료협회가 정한 SEMI규격 P37 사양에 해당하는 Imprint Lithography 장치에 사용되도록 설계 혹은 최적화된 레지스트 이다.
도 연구원은 “기존 포토레지스트는 국내 기업도 생산할 수 있지만 EUV용 레지스트는 JSR, 신에츠화학 등 일본 기업만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 삼성전자 등은 EUV 공정을 도입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DRAM은 1ynm까지 ArF Immersion 노광장비를 활용한 멀티패터닝으로 주로 공정이 이루어진다. DRAM은 삼성전자가 1znm부터 1~2개 레이어에 EUV를 도입하기로 했다. 생산 시점은 올해 하반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로직 반도체 7nm 공정에도 EUV를 적용할 계획이다. 생산 시점은 올해 하반기다. 3D NAND는 문제의 여지 자체가 없다는 설명이다. 3D NAND는 미세 노광이 필요 없다. 구형KrF 노광장비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KrF는 이미 동진쎄미켐 등 국내 업체들이 레지스트를 다량 생산하고 있다. 레지스트에 규제가 들어가더라도 국산으로 대체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분야의 영향도 제한적이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경우 주력시장은 중국과 동남아로 일본 정부가 제재를 한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의 경우 일본 기업의 수요에 따른 수출이었기 때문에 제한을 둘 경우 오히려 일본 기업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 분석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수출량이 작진 않아 일본에서 받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수출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하지만 일본 수출량이 많은 이유는 한국산 철강제가 일본산보다 저렴해 수요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 제한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한국 철강제 수입을 막기 위해선 일본 기업이 받을 타격도 감안해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항공분야의 경우 일본이 한국 측에 대한 비자발급정지 등이 거론되면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홍준기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일본의 인바운드 여객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중국(27%)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며 “비자 발급 정지 조치가 현실화된다고 3개월 미만 단순여행은 비자발급 없이 가능해 일본 해외여행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 외국인 입국자 4000만명 중 한국인이 700만명 수준이다. 비중으로 보면 상위권이고 이로 인한 일본의 수익이 상당한데 굳이 막진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비중이 높은 한국을 막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다만 정치적 이슈가 있기 때문에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해운 분야의 경우 운송량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룬다. 최근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한 현대상선이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적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제품이나 부품의 경우 항공화물로 운송되고 다른 화물의 경우도 일본에 비중이 절대적이진 않아 크게 영향이 있을 것이라 염려하진 않는다”라며 “디얼라이언스 내 분위기도 일본 원(ONE)이 얼라이언스 내 영향력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독일의 하파크로이트와 대만의 양밍도 있고, 얼라이언스는 선대나 스페이스를 공유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일본의 제재에 대한 영향을 크게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업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를 앞두고 다소 긴장한 모양새다. 자칫 정치적 판단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측이 기업결합심사를 정치적 이유로 불허하거나 불승인하긴 어렵더라도 단서를 통해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선 일본의 제재 조치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일본 기업들의 피해 예상으로 경제적 제재가 확전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 예상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규제 시행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의 갈등에 대해 일종의 매듭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 기업들의 주요 고객인 한국 기업들의 이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일본 기업에게도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일본 언론사에서 제기하는 한일 간의 문제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위안부 관련 문제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해상초계기 레이더 관련 문제 등 4가지로 현재로선 이번 규제가 국내 기업들에 대한 영향도가 크지 않지만 통상마찰 확전 자제를 위해선 상기 핵심 쟁점들 중 일부라도 해결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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