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 회복 및 업계 상생방안·기금조성 계획 낸 듯
공정위는 4일 애플이 자사의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등에 대한 심의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거래질서 개선과 소비자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기업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사실 자체로 공정거래법 위반을 인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
송상민 시장감시국장은 “공정거래법 51조 2항에 기업이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을 인정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며 “통상 심의를 받는 업체 입장에서 법 위반을 했는지 법원까지 가서 다퉈 볼 것인지, 아니면 자진시정 방안을 내서 끝낼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데 애플도 나름 비용분석을 해보고 어느 것이 좋은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에 광고비와 무상수리 비용 등을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작년 4월 심사보고서를 상정한 이후 지금껏 3차례에 걸쳐 전원회의 심의를 벌였다.
공정위 사무처(검찰에 해당)는 애플이 국내 통신 3사를 상대로 구매를 강제하고 이익제공을 강요하면서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제공하는 등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함에 따라 심의는 중단된다.
심사관은 신청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하고, 위원회는 14일 안에 전원회의를 열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애플은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심의받는 행위와 관련한 사실관계, 이 행위를 중지하거나 원상회복하는 등 경쟁질서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정방안, 소비자나 다른 사업자 등의 피해를 구제하거나 예방하는 방안과 이를 위한 기금과 상생방안 조성 계획 등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규정상 애플이 제시한 구체적인 시정방안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송상민 국장은 “내부 규정상 애플의 구체적인 시정방안과 관련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거래질서를 회복하는 방안과 소비자나 다른 사업자의 피해 예방 및 구제방안과 이를 위한 기금이나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동의의결이 개시되면 애플이 다시 잠정 시정방안을 마련하고 공정위는 이해 관계자나 관계부처 의견수렴을 거쳐 심의·확정하게 된다.
동의의결 개시를 위한 판단 기준도 공정거래법에 명시돼 있다.
우선 애플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됐을 경우 예상되는 과징금 등 시정조치나 그 밖의 제재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또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질서나 거래질서를 회복시키거나 소비자, 다른 사업자 등을 보호하기에 적절하다고 인정돼야 한다.
행위의 중대성과 증거의 명백성 여부 등 사건의 성격과 시간상 위급성도 고려된다. 소비자 보호 등 공익에의 부합성도 판단 대상이다.
동의의결 개시 불허 결정이 내려지면 공정위는 통상적인 사건처리 절차에 따라 심의를 재개한다.
앞서 네이버와 다음이 2014년 지위남용 혐의로 심의를 받다 동의의결로 사건을 끝낸 바 있다.
퀄컴도 2016년 시장 지위남용 혐의로 심의를 받던 중 동의의결을 신청했으나 기각돼 결국 1조원 넘는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송 국장은 “애플의 제재 대상 행위는 애플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애플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2013년 대만 경쟁당국은 애플에 2000만 대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고 프랑스는 작년 애플을 법원에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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