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본다’는 LG화학, ‘SK이노 특허침해’ 또 소송

SK이노 제기 ITC 소송에 대한 맞대응

핵심소재·양극재 특허 5건 침해 주장

LG화학 “원천특허로 회피설계 불가능”

그래픽=박혜수 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ITC 제소는 지난 4월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이어 두 번째인데, 경쟁사를 향한 압박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총공세 나선 격이다.

LG화학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SK이노베이션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LG화학과 LG전자를 ‘배터리 특허침해’로 제소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 26일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 전지사업 미국법인을 특허침해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번 특허 소송에 대해 “경쟁사 등으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경우, 정당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특허로 맞대응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LG화학은 ITC에 2차전지 핵심소재 관련 특허를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소재,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 또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LG화학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분석한 결과, 자사의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심각하게 침해해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판단했다.

LG화학이 침해당한 미국특허 5건은 모두 2차전지 핵심소재와 관련한 ‘원천특허’에 해당하기 때문에 ‘회피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은 ITC 제소 카드를 또다시 꺼내든 것은 앞서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지 5개월 만이다.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과 판매방법,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를 뜻하는데,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인력탈취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제기한 특허 침해는 영업비밀 침해와는 결이 다르다. 특허권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인 발명을 보호대상으로 하고, 특허권은 일정기간(20년)간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다. LG화학은 2차전지 관련 원천특허를 SK이노베이션이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전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6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등 각사 최고경영자(CEO)가 비공개 회담을 가졌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하루 뒤에는 SK이노베이션이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두 회사간 화해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다. 압수수색은 LG화학이 지난 5월 SK이노베이션을 국내 수사기관에 형사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더욱이 LG화학 뿐 아니라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셀과 모듈을 납품받는 LG전자까지 소송 대상에 포함시키며 그룹간 대항전으로 판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