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반도문화재단 설립하며 공익사업 체계화유보라 브랜드도 딸이름서 따올정도 가족사랑가족에 맡기는 사례 많지만 초대 이사장 나서사업 많은 동탄2에 본거지···투명 운영 등 숙제
권홍사표 문화재단이 건설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시공능력평가 13위 반도건설 창업주인 권 회장이 반도문화재단을 설립하며 본인 스스로가 초대 이사장직을 맡으면서다.
경쟁사인 중흥건설 호반건설 우미건설 라인건설 등이 이미 비영리 공익법인을 출범해 장학 문화 예술 복지 등 사회적 기치를 높이는 사업을 펼치고 있었지만 유독 권 회장은 공익재단을 설립하지 않았었기 때문.
무엇보다 그는 23·24대 대한건설협회장을 지낸 거물급 경영인으로 반도건설 아파트 브랜드(유보라) 이름을 큰 딸이름(권보라)에서 따와 지었을 정도로 딸바보 경영으로 유명한 인물.
뿐만 아니라 유성애씨(부인)는 반도레저 대표이사를,권재현씨(장남)는 반도개발 상무를, 권보영씨(차녀)는 반도주택 대표이사를, 신동철씨(맏사위)는 퍼시픽개발 대표이사를 맡겼을 정도로 가족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대단하다.
이 때문에 문화재단을 설립한다면 부인이나 딸·친인척에게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간 셈.
나눔경영에 있어 회장인 자신이 책임감을 갖고 앞장서서 나선다는 의미와 함께 지난 50여년간의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 된다.
2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 22일 문화예술 발전과 문화복지 증진을 통해 반도문화재단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문화대중화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이날 앞만 보며 달려온 50년이지만 그동안 책과 예술 등 마음을 정화시키고 윤택하게 하는 문화생활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젊었을 때 책과 예술, 문화생활을 자주 경험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많이 달라지긴 했어도 여전히 서울에는 도서관과 갤러리가 많지만 그외의 지역에는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건설이 제일 많이 사업을 하고 있는 경기도 동탄신도시에 지역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과 갤러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의 문화재단 설립은 힘들었던 유년시절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지난 1944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그는 8남매 중 7남으로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내며 고학(苦學)으로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동아대학교)까지 졸업한 것으로 전해져서다.
무엇보다 이사장으로 재단을 직접 이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대형 그룹사들은 물론 중견 건설사들 대부분 장학 사업이나 예술 문화사업, 사회복지사업 등과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을 위해 공익재단을 설립하는데 아내나 딸, 친인척에게 이사장을 맡기는 사례가 많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
실제 경쟁 건설사인 호반건설의 태성문화재단이나 라인건설의 라인문화재단도 모두 오너나 대표이사의 아내나 친인척이 재단 이사장직에 올라 있다.
그의 주택 브랜드인 유보라가 그의 딸 이름에서 착안해 지었을 정도로 가족사랑이 넘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초대 이사장으로 반도문화재단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권재현 상무 나이가 30대로 어린만큼 장학 예술 소외계층 등 문화사업도 아직은 본인이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반도문화재단 출연금도 반도건설과 권 회장의 사재로 대부분 출연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반도그룹의 나눔 경영을 더 체계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반도건설은 창립초기부터 스스로 학비를 벌어서 공부하는 학생들,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이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장학금 및 성금을 지원해 욌다. 최근엔 건설재해근로자 치료 및 생계비 지원과 강원도 산불피해복구 성금 기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쳐 왔다.
장학 사업과 소외계층 돕기, 문화예술 지원 등 3개축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문화재단이라는 중심축을 만들어 전국구 복지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문화재단을 경기도 동탄2신도시에 설립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동탄2신도시는 반도건설이 유보라 브랜드로 1만여 가구를 분양하며 완판 등 대박을 터뜨린 권 회장에게는 최대 사업지중 하나다.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하며 보답한다는 의미로 그가 동탄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그에게도 숙제가 있다. 문화재단이 공익사업을 펼치는 중심 사업주체가 되지만, 일각에선 자회사의 막대한 출연금 등으로 일가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사유화로 각종 사익편취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기 때문.
투명한 재단 운영은 물론 나눔 경영이라는 본질이 변질되지 않게 자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문화재단이 기업의 비자금이나 사익편취, 미술품이나 골동품 저장소로 활용되기도 하면서 오해를 받고 있다. 권홍사 회장이 재단 사업을 안하다가 뛰어든다는 점에서 이런 부작용들을 뛰어남을 수 있어야 성공한 재단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초대 이사장으로 체계를 다져두고 나서 가족 등 후임자에게 넘겨주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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