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동원해 한진칼 5.06% 지분 매입40년 외길에서 건설 외 첫 대규모 투자현금자산 3000억 육박 자금여력은 넉넉건설경기 침체···자금운용 단타 가능성도
일단 공식적으로 확실한건 40여년간 주택 외길만 걸어온 그가 사실상 처음으로 건설업 이외의 사업영역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단순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에 약 900억원을 배팅했다는 것.
다시말해 주택건설 이외에 사업 외연 확대가 아닌 향후 주가상승이나 배당확대 등 한진칼의 주가 상승과 자금 활용적인 측면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의미다.
이때문에 반도그룹이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늘릴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한진칼은 KCGI(강성부 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반도그룹이 보유한 5% 이상의 지분은 내년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과 대호개발의 주식 취득 목적은 장내 매수를 통한 단순 취득으로 공시돼 있지만, 2020년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과 KCGI 간의 표 대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KCGI와 델타항공, 그리고 대호개발의 지분을 합할 경우 31.04%로 조양호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28.93%) 대비 2.11% 더 많다”며 “반면 대한항공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델타항공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가정할 경우 한진그룹 측 지분은 38.93%이며 대호개발과 KCGI의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21.04%로 격차는 17.89%까지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이 가진 실탄도 넉넉하다. 반도그룹 지주회사격인 반도홀딩스는 반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의 지분 100%를 보유해 사실상 반도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로 꼽히는데 2018년 말 연결기준으로 1719억 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들고 있다.
2018년 말 반도개발과 퍼시픽산업이 각각 보유한 현금성자산 188억원과 727억원을 합치면 반도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27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택건설 경기 침체도 권 회장의 장기투자나 추가매집 등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건설업황 하강곡선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권 회장의 고민이 쉽자리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문재인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주택 규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데다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큰 수익을 남기던 기존 반도건설의 영업방식도 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기 때문.
다만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점에서 단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권 회장이 돌다리도 두둘겨 보고 건너는 보수적인 스타일로 주택건설 외길 경영을 걸어왔던 만큼 일정부분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되거나 주택경기 상승 등 지분을 넘길 타이밍이 왔다고 판단되면 자금 활용측면에서 발을 빼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선에서 매집을 멈추고 가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선에서 지분 매각 등 권 회장이 투자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도그룹 관계자는 “한진칼 지분 매입은 공시에서 밝혔듯 단순 투자를 위한 것이다. 지분 추가 매입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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