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오너가, 조양호 지분 법정비율로 상속조원태-두 자매, 지분차 미미···분쟁 가능성KCGI, 주담대 연장만···추가 지분 확보 없어일각선 상속 절차 완료 뒤 전략 마련 관측도
31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총 4인은 지난 29일 국세청에 조 전 회장 재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를 마쳤다.
우선 오너가는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7%(보통주 1055만3258주, 우선주 1만2901주)를 배우자 1.5, 자녀 1대 1대 1의 법정상속비율로 나누기로 합의했다. 상속 후 지분율은 조 회장 6.46%, 조 전 부사장 6.43%, 조 전무 6.42%, 이 고문 5.27%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기존 조양호 외 11명에서 조원태 외 12명으로 변경됐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28.7%로 이전과 동일하다. 하지만 단일 최대주주는 KCGI다. KCGI는 현재 한진칼 지분 15.98%를 확보한 상태다.
재계에서는 오너가의 지분 균등상속으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조 전무의 지분격차는 각각 0.3%, 0.4%에 그친다. 보유주식수로는 조 전 부사장과 1만8608만주, 조 전무와는 2만7275주 차이가 난다.
그동안 한진칼이나 계열사 지분이 전혀 없던 이 고문이 단숨에 한진칼 지분 5.27%를 확보한 점도 경영권 향방을 가늠하기 힘들게 한다. 조 회장과 자매간 지분차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이 고문이 딸들 편에 설 경우, 지배력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는 기정사실화 됐다. 이르면 이번 한진그룹 임원인사 이후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부사장은 3남매 중 첫째인데, 업무 수행 능력이나 경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반대의 해석도 존재한다. 조 전 회장이 유언으로 “가족과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는 말을 남긴 만큼, 조 회장을 필두로 가족경영이 본격화될 것이란 의견이다. 더욱이 조 전 회장이 생전 형제들과 법정다툼을 벌이고 끝내 화해하지 못한 전례가 있어 가족 화합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주장도 가능성이 있다.
단일 최대주주에 오른 KCGI는 여전히 현금 확보가 원활하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5월 28일 한진칼 지분 15.98%를 확보했다는 지분공시를 낸 뒤 5개월이 넘도록 추가 지분 매입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기존 주식담보계약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담보대출을 체결할 뿐이다.
KCGI는 한진칼 지분 상속 공시가 뜬 같은 날 주식담보대출 기간을 연장했다고 공시했다. 한진칼 지분 1.17%를 담보로 유화증권과 맺은 대출계약이 지난 20일 만료되자 내년 1월20일까지로 연장한 것이 골자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KCGI가 한진칼 지분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캘거리홀딩스와 돌핀홀딩스 등 KCGI 산하 유한회사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지분 매입이나 한진칼 경영권을 위협하기보단,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KCGI는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를 1200억원에 사들이며 대림그룹 2대주주에 올라섰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며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3대주주(10%)에 오르면서 분쟁 동력을 상실했다는 시각도 나왔다. 델타항공은 경영참여 목적이 없다며 중립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오너가 우호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도그룹도 한진칼 지분 5.06%를 사들이며 4대주주로 올랐섰다. 아직까지 어느 편 우호세력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한진칼 지분 상속 결과를 지켜본 뒤 본격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려는 방침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저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오너가간 갈등이 불거질지, 오너가 대 KCGI간 분쟁이 본격화될지, KCGI가 장기전으로 밀고나갈지 등 다양한 가설이 나오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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