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더비공장 방문해 보니10억달러 계약 체결 연장선상서 기획35년 협력관계 구축···한화 경쟁력 인정부사장급 대거 참석···“미래 함께할 동반자”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히드로 국제공항에서 두 시간 반 가량을 차로 달려 도착한 더비셔주 더비시의 롤스로이스 엔진 생산 공장에서 만난 노버트 안트 롤스로이스 구조물-트랜스미션사업 총괄부사장은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지명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본부 민수엔진사업부장(상무)도 안트 부사장에 화답하듯 “롤스로이스가 대규모 기자단을 엔진 생산 공장으로 초청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중요한 협력사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롤스로이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고객사-납품사’의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서로를 향해 내비친 애정의 크기는 단순한 협력사 이상으로 느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롤스로이스는 이날 1조2000억원(10억 달러) 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롤스로이스 생산 트렌트(Trent) 엔진에 장착되는 터빈 부품을 오는 2021년부터 최소 25년간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엔진의 수명 연한까지 추가적인 공급도 가능한데, 두 회사가 맺은 단일계약 중 최대 규모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과 지 사업부장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요 경영진은 사이닝 세레모니를 위해 영국 롤스로이스 공장을 직접 방문했다. 신 대표는 “롤스로이스와의 계약으로 양사간 협력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항공기엔진 글로벌 넘버원(NO.1) 파트너’라는 비전 달성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고 자신했다.
또 “롤스로이스는 탁월한 항공엔진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자부심이 크다”며 “제너럴일렉트릭(GE), 프랫앤드휘트니(P&W)보다 기술 관련 요구 조건이 까다롭고 타이트하다. 하지만 우리는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적 성장을 일궈냈고 약 4년간 3배 이상 매출을 늘리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롤스로이스 더비공장 투어는 대규모 수주의 연장선상으로 기획됐다. 이 공장은 민간 항공기용 엔진을 제작한다. 국내에서는 영국제 럭셔리 승용차 브랜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해외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GE), 프랫앤휘트니(P&W)와 함께 세계 3대 항공기엔진 제조사로 더욱 유명하다.
첨단 기술력의 각축장이라는 항공기엔진 사업장 특성에 맞게 엄격한 보안과 출입절차를 거친 이후에 공장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롤스로이스의 가장 큰 엔진 조립 공장인 더비공장은 최신식·최첨단 엔진을 설계하고 조립, 테스트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생산한 엔진 연소기 케이스와 항공기 엔진 케이스, 내부 구조대 등의 부품들도 이 곳에서 조립된다.
하지만 공장을 둘러보는 대신, 2층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공정을 지켜봐야 했다. 모든 공정이 수동으로 이뤄지는 만큼, 직원들의 집중력 유지를 고려한 조치다. 작업자들은 각각의 공정라인에서 보잉과 에어버스 등 세계적인 항공기 제작사에 납품하기 위한 엔진들을 제작했다.
롤스로이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구축한 강력한 협력관계를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세바스찬 레쉬 롤스로이스 민수항공엔진 오퍼레이션 총괄 부문장을 비롯해 워릭 매튜 롤스로이스 인스톨레이션 및 구매 사업부장, 앤디 그리즐리 터빈 사업부장 등 부사장급 임원이 대거 참석해 행사의 중요성을 가늠하게 했다.
발표를 맡은 매튜 사업부장은 “고품질의 제품을 제 때 생산하고, 가격 효율성을 갖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는 1984년부터 35년간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700여개의 협력사 가운데 상위 120여개 업체를 선발해 관리하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 업체 중에서도 톱 10에 꼽힌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롤스로이스로부터 ‘2019 최고 파트너상’을 수상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롤스로이스는 지속적인 관계 확장에 대해서 역설했다. 매튜 사업부장은 “이번 계약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미래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다”며 “항공기엔진은 매우 복합적인 엔진이다. 특히 높은 온도를 견디는 터빈은 극소수의 업체만이 생산할 수 있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기술력이 입증됐다.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향후 신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공장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매튜 사업부장은 “저임금을 통한 인건비 절감과 고품질 제품 생산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베트남공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의 인력관리 방식이나 생산공정이 잘 이식됐고,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 물량 전량을 베트남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베트남 2공장을 착공하며 물량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5년간 세계 3대 항공기엔진 제조사들과 장기 공급 계약(LTA)를 체결하며 198억 달러(약 23조원)에 달하는 수주금액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5년 P&W로부터 단순 엔진부품 공급업체에서 국제공동개발사업(RSP) 파트너로 지위가 격상된 이후, 빠르게 사업규모가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RSP 사업은 수 십 년 이상 지속적인 매출 확대와 장기적인 수익성이 확보된다. 이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엔진부품 전문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입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제조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난달 미국의 항공엔진부품 전문업체인 이닥(EDAC)을 인수했다. 이닥으로 동시개발(제품설계와 개발) 능력을 보유하게 된 만큼, 롤스로이스의 신규 차세대 항공 엔진에 대한 부품 공급 능력도 갖출 수 있다. 다시 말해, 향후 40년 이상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신현우 사장은 “최근 항공 여객 수요와 물동량 증가 등 민간 항공기 시장 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항공기 엔진 부품 시장은 2025년 542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등 연간 6%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롤스로이스와 30년 이상 협력관계를 이어온 것처럼 GE, P&W 등 세계 3대 엔진 메이커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 ‘탑-티어’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화그룹 역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22년까지 항공기 부품과 방위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4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사업’의 고공비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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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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