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카카오뱅크, ‘은산분리 규제’ 넘어 앞으로

카카오, 이날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등극

인터넷은행 특례법 시행 후 첫 번째 사례

케이뱅크, ‘주주요건 완화’ 가능성에 안도

“‘3호’ 출범 앞서 ‘안정적 경쟁구도’ 형성”

‘1기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나란히 ‘은산분리 규제’ 관련 현안을 풀어내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34%로 상향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국회를 넘어선지 1년여 만이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은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에 맞춰 정보통신기술 중심의 금융혁신을 도모하고 내년 하반기 ‘3호 인터넷은행’ 등장 이후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한국투자금융지주와의 주식 교환을 거쳐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지분율 34%)에 올랐다. 특례법 시행 후 ICT기업이 은행 지분을 34%까지 늘린 첫 사례다.

금융당국은 지난 20일 정례회의에서 한국금융지주가 제출한 카카오뱅크 지분처리 방안을 승인한 바 있다. 한국금융이 은행 지분 50% 중 16%를 카카오에 매각한 뒤 ‘5%-1주’만 남기고 나머지 29%를 손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넘기는 방식이다.

한국금융지주와 카카오 측은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면서 이 같은 약정을 체결했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지분을 교환해 카카오를 최대주주로 올리고 한국금융은 그보다 한 주 적은 2대 주주로 남는다는 게 골자다.

거래 후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지분율 34%) 체제로 재편됐다. 덧붙여 약정에 따라 한국금융 측이 추가로 처분해야 했던 ‘1주’는 지분율 2%의 예스24에게 돌아갔다.

이와 함께 카카오뱅크는 전날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며 자본금을 1조8000억원으로 상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자본적정성’과 ‘최대주주 변경’ 이슈를 모두 해소함에 따라 사업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IPO(기업공개)가 대표적이다. 이미 3분기까지 총 1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안착한 모양새라 시장에선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려온 케이뱅크도 모처럼 한숨을 돌렸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개정안’엔 대주주 자격 요건을 낮춘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에선 인터넷은행 한도초과보유주주(지분율 10~35%)가 되려면 5년 내 금융관련법·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일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그 중 공정거래법 위반 항목을 제외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사실상 케이뱅크와 KT를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이 은행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함께 대규모 자본 확충을 추진했지만 제동이 걸려 어려움을 겪어왔다. 8월 276억원 규모의 브리지 증자로 자본금을 5051억원까지 늘렸으나 건전성 악화에 영업을 정상화시키지 못했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 역시 10.62%(6월말)로 떨어졌다. 3분기 누적 순손실도 635억5400만원에 달한다. KT의 담합 혐의 때문이었다.

시민단체의 반대 여론은 변수지만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케이뱅크는 KT 주도의 자본 확충이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자금난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담합 수사에 금융당국이 멈췄던 KT의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도 즉각 재개된다.

일단 케이뱅크는 연말엔 KT를 최대주주로 끌어올리는 방식의 증자를 시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규모는 당초 계획했던 5000억원 정도다. 이 경우 케이뱅크의 자본금도 1조원을 넘어선다.

업계에서는 1·2호 인터넷은행이 모두 안정을 찾으면서 시장이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3호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기 전에 케이뱅크가 경영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함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독점 구도를 깨는 바람직한 경쟁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는 평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외부평가위원회 평가를 포함한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 연말 새 인터넷은행 후보를 발표한다. 지난달 15일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토스뱅크, 소소뱅크, 파밀리아스마트뱅크 등 총 3개 사업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본인가와 전산설비 구축 등 절차를 감안하면 2020년 하반기엔 새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