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쇼핑·칠성음료·호텔 사내이사 일괄 사임지주·케미칼·제과·FRL·캐논 등기이사만 유지유죄 판결 확정에 허가 관련 계열사서 물러난듯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앞서 겸직 논란 해소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해 말 호텔롯데 대표이사직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건설, 호텔롯데의 등기임원직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 중 롯데쇼핑에서의 임기는 다음달까지 남아 있었고, 호텔롯데와 롯데칠성, 롯데건설은 내년 3월까지 1년 이상 남아있는 상태였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은 약 5년여만이다. 지난 2015년 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호텔롯데 사내이사에 선임됐고 같은해 9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다만 호텔롯데에서는 비등기임원직은 유지하고 있다.
롯데쇼핑에서는 2000년 등기임원에 오른 지 20년만에 직을 내려놓는 것이다. 신 회장은 2006년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됐지만 2013년 물러난 후 사내이사직은 유지해왔다. 롯데칠성음료과 롯데건설에서는 각각 2017년, 2018년부터 사내이사로 활동했다.
신 회장이 이처럼 일부 계열사 사내이사직을 일괄 사임한 것은 호텔롯데 상장과 부동산 개발업, 주류업 등 사업과 관련한 허가에 혹시 모를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으며 유죄를 확정 받았다.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건설 등은 부동산개발업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계열사다. 부동산개발업법에서는 배임 등의 명목으로 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거나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경우에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건설사인 롯데건설 외에도 호텔롯데는 호텔과 리조트 건설, 롯데쇼핑은 점포 개발과 관련해 이 법령과 밀접하다.
롯데칠성의 경우 주류사업 면허에 신 회장의 유죄 판결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세법에서도 주류 제조 및 판매 면허 신청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뒤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유예기간 동안 해당 면허의 효력을 제한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 역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는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왔으나 신 회장의 재판으로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신 회장의 형이 확정돼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할 여건이 마련된 만큼, 경영진의 도덕성이 평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기업 공개 심사과정에서 만약의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았다는 분석이다.
또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겸직 과다’ 논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 회장은 그동안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충실한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 계열사 임원 겸직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도 ‘그룹 내 과도한 이사겸직’을 이유로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올해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더 강화할 예정이기 때문에, 오는 3월 신 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던 롯데쇼핑에서 미리 사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 회장이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계열사는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에프알엘코리아 등 5곳으로 줄었다. 신 회장은 현재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롯데케미칼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임기는 각각 다음달 31일, 다음달 23일, 내년 3월 27일까지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의 사내이사직을, 에프알엘코리아에서는 기타 비상무 이사를 맡고 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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