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최다지분 보유에도 실권은 권 회장 손에자금력 막강 반도, 추가지분 매입할 핵심 역할전문경영인 후보 만남 등 물밑서 적극적 움직임사외이사 후보 절반 반도측, 유휴자산 개발 목적
3자 연합은 당장 이번달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막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사외이사 후보도 4명이나 추천하며 경영진 교체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 3자 연합의 ‘리더’는 KCGI다. 한진칼 보유 지분을 따져보면 2일 기준 KCGI가 17.29%, 반도건설 계열사 13.30%, 조 전 부사장이 6.49%다. KCGI는 3자 연합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열고, 개별 입장문을 뿌리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3자 공동 입장문을 보더라도, 서명란 순서는 KCGI-조현아-반도개발 순이다.
강성부 KCGI 대표 역시 지난 20일 간담회에서 “최대주주인 KCGI가 뒤로 빠지고 ‘조현아 연합’으로 불리는 것이 섭섭하다”며 이번 싸움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와 관련업계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KCGI는 ‘행동대장’일 뿐, 실질적인 힘을 가진 쪽은 권 회장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권 회장 측이 지분경쟁과 관련한 공식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전후상황을 따져볼 때 작전을 총괄하는 ‘설계자’와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은 지난달 20일 한진칼 지분 297만2017주(5.02%)를 추가 매입했다. 이번 지분 매입에 투입된 자금만 1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계산된다.
권 회장이 새로 사들인 주식은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가지지 못한다. 이는 임시 주총이나 내년 주총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조 회장 측과의 지분차가 크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지분 매입이 불가피하다. KCGI와 조 전 부사장 측은 반도건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탄이 부족하다. 자연스럽게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가진 권 회장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반도건설이 당초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이유로 거론하던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시세차익’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KCGI가 향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반도건설에 블록딜 방식으로 지분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권 회장은 3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등극할 수 있다.
권 회장은 과거부터 수입차와 레저사업 등 신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최근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키위미디어그룹 인수전에 나서며 사업 다각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진그룹을 상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외부 노출을 가장 꺼리는 권 회장이지만, 물밑에서는 3자 연합을 지원하기 위해 누구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권 회장은 최근 3주 연합이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후보 1순위로 추천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을 만났다. 김신배 후보는 “권 회장이 손을 잡고 직접 ‘당신 같은 사람이 나서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권 회장이 직접 한진칼 주식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를 찾아가 표대결에서 자신들의 편을 들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자 연합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4인 중 2명이 반도건설 측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권 회장의 입지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형석 수원대 건축도시 부동산학부 교수는 부동산 투자전문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도시개발 전문가이고,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들 변호사는 과거 반도건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퍼스트에서 근무한 바 있다.
강성부 대표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대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IT와 부동산, 항공업, 지배구조 등 각 분야를 고려해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진그룹이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하기 보단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유휴자산 처분을 주장하던 지난해와 비교할 때 입장 변화가 뚜렷하다. 부동산 개발이익을 노리는 권 회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도 무리가 아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이 사실상 3자 연합의 중심으로 보여진다”며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의도를 명확히 밝히기 전까진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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