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10년 장기펀드지만 조기매각 여지 남겨경영 정상화까지 3년···이후 각자노선 가능성반도, 지분 4% 안팎 추가 매입땐 한진칼 장악업계 사외이사 후보 2인, 반도측 인사로 추정
21일 재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강성부 KCGI 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강 대표는 3자 주주연합의 진정성을 강조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3자 연합이 해체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단기간에 쉽게 흔들릴 것이었다면 법적으로 계약을 맺지 않았다”며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은 지난달 31일 법무법인의 공증을 거쳐 각자의 한진칼 주식을 공동보유하기로 계약했다.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KCGI의 특별관계자로 편입됐다. 다만 3자간 계약 기간 등 구체적인 확약 조건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시장 안팎의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심지어 강 대표의 발언을 살펴볼 때, 이들의 관계 유지가 3년을 넘기지 않을 것이란 해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강 대표는 KCGI가 중도 환매를 할 수 없는 락업(lock-up) 기간을 10년으로 두고 있다며 “단기적인 시세차익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펀드라는 태생적 한계로 언제든지 매각을 할 수 있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장기 펀드’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다.
그는 “회사가 잘 될 때까지 먹튀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회사경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엑시트(투자금 회수) 하겠다는 의미로, 조기 매각 여지를 열어둔 것과 일맥상통한다.
강 대표는 한진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는 2년, 영업과 체질 등이 전부 개선되는데는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음달 예정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무조건 승기를 잡겠다고 자신했다.
3월 주총에서 전문경영인이 입성한다는 가정 아래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께 경영 정상화를 시킨 뒤, 엑시트하는 전략을 세웠을 것이란 추정도 무리가 아니다. 이 구상에 맞춰 3자간 계약기간 역시 명분 유지 수준인 3년으로 정하고, 각자 노선을 걷기로 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물론 이보다 적은 기간 동안으로 합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反)조원태 연합군의 최종 목표를 놓고도 다양한 견해가 쏟아진다. 특히 반도건설에 대해서는 한진칼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함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증권업계에서는 제3의 세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한진칼 지분 약 40%를 확보해야 한다고 계산한다. 이날 기준 KCGI는 17.29%, 조 전 부사장 6.49%, 반도건설 13.30%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총합은 37.08%다.
반도건설은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4.59%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이후 매입한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의결권 기준 유효지분은 기존과 동일한 31.98%다. 이들 3자의 지분률도 여전히 조 회장 측(33.45%)보다 뒤쳐진다.
만약 적대적 M&A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반도건설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쉽다. 반도건설은 향후 KCGI 보유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반도건설의 한진칼 보유 지분은 30%로 늘어난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을 우호세력으로 계속 남겨둘 경우, 4% 안팎의 지분만 더 확보하면 경영권을 뺏어올 수 있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이사회 장악 의도도 숨기지 않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이 지난 13일 제안한 이사 후보 8인 중 최소 2인이 반도건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형석 수원대 교수는 부동산 개발·투자 전문가다. 조 회장 측과 조 전 부사장 측 모두 한진그룹 유휴부지와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만큼, 이 교수의 후보 추천 배경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또다른 사외이사 후보인 구본주 변호사는 반도건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퍼스트에서 2017년 6월까지 재직한 경력이 있다. 반도건설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워 ‘독립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측 주주연합이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유지될 지 장담할 수 없다”며 “반도건설의 공격적인 지분 매입은 경영권 장악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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