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리베이트, 나는 무관” 발언에 담긴 속뜻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 사과···사실상 인정한 셈

당시 함께 등기이사던 조원태 회장으로 화살 돌려

그래픽=박혜수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최근 불거진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다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발언을 남긴 만큼, 리베이트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이 18일 배포한 입장문에는 “저(조 전 부사장)는 이번 리베이트와 관련 어떤 불법적 의사결정에도 관여하는 바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했다.

앞서 채이배 민생당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단체 등은 이날 오전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채 의원은 “당시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등기이사로 리베이트 수수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기 구매 리베이트 건은 있어서도 안 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살리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하는 주주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창업주 일가의 일원으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법적 관행과 악습의 고리를 끊는 것만이 대한항공을 살리는 길”이라며 “이번 사건에 관여된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향후 위법행위가 드러날 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처벌도 감수할 것”이라고 했다.

조 전 부사장의 이번 입장 발표는 조 회장을 정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리베이트가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오너일가 일원으로서 사과했지만,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조 회장에게 잘못을 돌린 셈이다.

한진그룹 측은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어떠한 관련도 없다”며 반박한 바 있다.

특히 “근거 없이 현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시켜 회사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민·형사상 조치도 강구할 계획”이라고 엄포를 놓은 만큼, 양측간 진실공방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