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부사장, 오너가 중 유일하게 참석 안해KCGI·반도건설과 연합···부담 적지 않았을 듯그룹서 직책 없는 친척도 참석, 의도적 회피 무게
한진그룹은 8일 오후 1시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조 전 회장 별세 1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조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참석했다. 조 회장 부인과 자녀, 조 전 회장의 다른 가족들도 동석했다.
이 고문은 지난달 열린 시아버지(고 조중훈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 행사에 불참한 바 있다. 하지만 고인과는 46년간 부부의 연을 맺은 만큼, 행사에 참석해 남편의 넋을 기렸다.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추모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각에선 가족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부친의 선영을 다녀갈 것이라 추측했지만, 이날 이른 새벽부터 추모식 직전까지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이 기일 당일에 선영을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는 행사를 위해 준비한 조화와 천막 등을 정리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이 그룹 측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려 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번 행사는 그룹 차원에서 기획한 만큼, 조 전 부사장이 함께하긴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은 부친 별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KCGI와 손을 잡으면서 한진그룹과 대립하는 형국이다. 환영은 커넝, 냉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조 전 부사장이 의도적으로 불참한 것이란 주장에도 무게가 쏠린다. 추모식에는 그룹 내 직책이 없는 다른 오너가 일원들이 고인을 기리기 위해 참석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이 선대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을 어겼다며 경영권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경영복귀를 시도했지만 무산되고, 자신의 수족들이 모두 퇴진하자 분노를 터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 회장과 그룹 측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과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하고 조 회장의 경영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모친인 이명희 고문과 막내동생인 조 전무는 장남 편에 섰다. 또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가족 일원으로서 한진그룹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치길 바란다”고 회유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오히려 오너가 전체를 공격하고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시장에서 불거진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으로 조 회장뿐 아니라 부친을 공격했다. 대한항공은 프랑스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 구매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은 “리베이트 사태에 대해 창업주 일가의 일원으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이번 사건에 관여된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베이트 의혹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의혹은 1996년 발생했다. 리베이트가 사실일 경우 조 회장보단, 조 전 회장이 생전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을 비롯한 모든 오너가가 경영에서 물러나는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진 가족들을 무직으로 내모는 셈이다.
3자 연합은 지난달 열린 지주사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저지와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 후보 7인의 이사회 진입을 노렸다. 이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변경 등도 시도했다. 하지만 3자 연합의 계획은 전부 실패했다.
이들은 임시 주총 등 장기전에 돌입했다. 한진칼 주가가 7만원대 이상의 고가로 형성됐지만,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이날 기준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을 43.74%다.
조 회장 측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표대결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양 측간 경영권 싸움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룹 내부에서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반발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대한항공은 6개월간 국내 직원을 상대로 휴업을 결정했다. 현 경영진이 외부 세력을 방어하느라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과 나머지 가족들이 연락도 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나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족으로 추모행사에 참석하더라도 환대 받지 못할 것이고, 3자 주주들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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