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추모식 준비 분주총 100여명 참석···‘장녀’ 조현아 불참조용한 분위기 속 30여분 만에 마무리
추모식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오전 8시부터 조 전 회장 선영을 꾸밀 조화들이 차례로 자리했다. 행사 담당 직원 10여명은 선영 맞은편에 마련된 간이 천막을 정돈하고 다과를 놓는 등 손놀림이 분주했다.
오전 11시. 개인 차량으로 이동한 임원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임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주먹을 맞대는 식으로 안부 인사를 나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어색한 풍경이다. 임원들을 단체로 태운 하늘색 대한항공 버스도 곧이어 당도했다.
조 전 회장이 생전 오랜 기간 친분을 맺어온 지인들도 추모식에 들러 고인을 애도했다.
오후 2시를 조금 넘기니 조원태 회장과 부인, 자녀들이 탄 검은색 수입 SUV ‘에스컬레이드’가 선영으로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조 회장은 다소 어두운 표정이었다. 묘역을 한 번 둘러본 조 회장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뒤이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친지들을 태운 대형 밴이 도착했다. 이 고문은 지난달 열린 창업주 탄생 100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인과 46년간 부부의 연을 맺어온 만큼, 이날은 함께 했다.
조 전 회장 묘는 부친 고 조중훈 창업주와 모친 고 김정일 여사의 선영 오른편에 따로 위치해 있다. 창업주 묘역 앞을 거쳐 계단을 올라야 한다. 무거운 발걸음의 오너일가 위로 흩날리는 벚꽃잎에서는 왠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졌다.
한진그룹 2대 총수를 지낸 조 전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몸 담은 이래 반세기 가까이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이끈 ‘선구자’다. 특히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했다.
조 전 회장 타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추모식이지만, 소박하고 조용하게 치뤄졌다. 2시 10분경 시작된 행사는 추모사 없이 분향과 헌화 순으로 약 30여분간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추모식 외 별도 행사는 마련되지 않았다.
조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추모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말 동생인 조 회장이 선대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을 어겼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KCGI, 반도건설과 3자 동맹을 맺고 오너가의 경영권 박탈을 시도하고 있다.
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추모식은 그룹 차원에서 마련한 것인데, 회사 소속이 아닌 조 전 부사장이 참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다녀갔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 회장은 지난해 4월8일 향년 70세에 미국 로스앤젤로스(LA)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조 전 회장은 외환위기와 9.11테러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 뛰어난 선구안으로 오히려 기회를 만들었고,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했다. ‘항공업계 UN’으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의장을 맡는 등 글로벌 항공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아 대한탁구협회 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 스포츠 지원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올림픽 유치라는 공로를 세웠다.
하지만 고인의 말년은 평온하지 못했다. KCGI의 경영권 공격이 본격화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또 대한항공 주주들에 의해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하면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입었고, 결국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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