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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은 금물’···주가 반등 역사는 ‘V’ 아닌 ‘W자’

‘흥분은 금물’···주가 반등 역사는 ‘V’ 아닌 ‘W자’

등록 2020.04.09 15:57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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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7→1457→1836, 최근 반등 급락폭 40% 만회증권가 “아직 안심할 단계 아냐···개미 매수 한계”실물경제 타격, 추가 하락 가능성↑···외인 매수 필수

‘흥분은 금물’···주가 반등 역사는 ‘V’ 아닌 ‘W자’ 기사의 사진

코로나19 여파로 급락했던 코스피가 앞선 낙폭의 40% 이상을 만회하며 1차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예상보다 강한 반등세에 ‘V자’ 반등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기대와 흥분은 금물’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주문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9.07포인트(1.61%) 오른 1836.21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9일 기록한 종가 기준 연저점(1457.64) 대비 378.57포인트(25.97%) 상승한 수준이다.

앞서 지난 1월 기록한 올해 고점(2267.25) 대비 809.61포인트(35.71%) 하락했던 코스피는 이로써 약 2주 만에 낙폭의 46%가량을 되돌렸다. 낙폭의 50%를 만회하는 지점인 1860선까지도 약 25포인트 가량 남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열풍으로 한차례 반등을 이끌어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외국인 순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렵고, 개미들의 매수만으로는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이 각종 지표로 현실화될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에 압도됐던 투자심리가 진정되며 회복 시도가 기대되지만, 코로나19 충격이 실물경제에 가해진 결과와 마주하며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강한 반등을 걱정하는 사람은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기도 한다”면서 “현재와 같이 유사한 반등이 진행된 이후 다시 주가가 전 저점을 테스트하는 ‘이중 바닥’의 형태로 전개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와 유사한 과거 전염병 사례나 2008년 금융위기 등 국내 증시가 20% 이상 폭락한 하락장에서 주가는 V자 형태가 아닌 W자 형태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3년 3월 사스 발병 당시 코스피지수는 연초 600선을 달리다가 500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공포를 극복하고 600선에 근접했지만, 이라크전쟁이 발발하며 다시 500대 초반으로 미끄러졌다. 본격적인 회복기는 4월 중순 이후부터 시작돼 W자 반등을 나타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1800을 웃돌던 코스피지수는 그해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10월까지 속절없이 추락했다. 2018년 10월 24일 종가 기준 938.75까지 떨어진 주가는 글로벌 공조와 미국의 1차 양적완화 정책 등 각국 정부의 재정부양책에 힘입어 11월 118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부실자산의 핵심인 ‘모기지 대책’ 부재로 다시 940선까지 내린 주가는 저점을 재확인한 뒤 W자 반등을 보였다.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 때도 2150을 넘겼던 코스피지수가 6월 들어 2000대 초반까지 빠졌다. 사태가 잠잠해지며 2100선을 잠시 회복했지만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가 겹치며, 다시 2000대 초반으로 내린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W자로 반등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올해 증시도 비슷한 모습이다. 연초 226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이 시작된 1월 말을 기점으로 급락을 거듭해 약 2달 새 800포인트 넘게 빠졌다. 지난달 19일 1457.64로 바닥을 찍고 현재 1차 반등을 보인 주가는 과거 역사를 따라간다면 아직 2차 저점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저점이라는 인식이 너무 이른 시기에 형성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추가적으로 2차 하락기가 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일각의 우려대로 주가가 W자 형태로 다시 침체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장 주식을 팔고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것이 현 시장 최선의 대응전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장에서는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집 나간 외국인이 다시 돌아와야 국내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동학개미군이 외국인 매도 물량을 집중 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힘쓰고 있지만, 개미들이 외국인을 대체할 순 없다”며 “과거 어느 하락장에서도 개미만으로 지수 반등을 이끈 사례가 없는 만큼 결국엔 외국인이 돌아와야 국내 증시의 뚜렷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강도는 약해지겠지만 순매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8년 이후 S&P500 지수가 저점을 확인하면 KOSPI 외국인 순매도도 정점을 지나 순매수로 전환한 사례가 많다. 미국 증시 바닥이 외국인 순매수 전환 신호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로 전환할 경우 유입 기대 자금은 10조원 이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직전 순매도 금액만큼 또는 그 이상 순매수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올해 들어서만 15조원 이상 순매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하는 순매수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곽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순매도 1조원당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력은 1.0~1.5% 정도”라며 “순매수 전환에 성공할 경우 연말 또는 내년 1분기 중 코스피는 2000포인트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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