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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ETN 또 거래정지··· “하한가 얼마나 맞아야 끝나나”

원유ETN 또 거래정지··· “하한가 얼마나 맞아야 끝나나”

등록 2020.04.28 16:54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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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율 최대 400%대···또 ‘거래정지’정상가격 진입 위해선 폭락 불가피5월 6일 거래재개···추가 급락 우려

원유ETN 또 거래정지··· “하한가 얼마나 맞아야 끝나나” 기사의 사진

‘전액 손실’ 경고등이 켜진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이 개미들의 무덤이 될 조짐이다. 높은 괴리율로 인해 거래가 정지됐던 원유 레버리지 ETN 4종은 지난 27일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일제히 폭락했다.

이에 따라 레버리지 ETN 4종의 시가총액은 하루새 무려 1545억원 증발했고, 기초지표와 시장가격의 괴리율은 여전히 정상 수준을 크게 웃돌면서 이들 종목은 거래재개 하루 만에 다시 3거래일간 거래가 정지됐다.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가격과 지나치게 커진 괴리율로 인해 시장 가격조절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자 원유 관련 ETN에 투자한 개미들도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급기야 원유 ETN 종목 토론방에서는 “앞으로 하한가를 몇 번 더 맞으면 되는거냐”며 사실상 자포자기한 투자자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이들 종목의 가격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많게는 2번, 적게는 1번의 하한가를 추가로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추가 손실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거래재개 첫날 무슨 일이?···‘-60%’에 시총 1500억원 증발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원유 레버리지 ETN 4종 중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등 2종은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하며, 각각 전 거래일 대비 60% 떨어진 835원과 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거래소 상장 종목들은 당일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30%에서 +30% 범위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지만, 레버리지 종목의 경우 주가 변동 범위도 2배이기 때문에 삼성과 QV 레버리지 ETN은 이 범위의 2배인 -60%까지 떨어졌다.

이들 종목은 지표가치 대비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급등하면서 지난 20일부터 5거래일 동안 매매가 정지됐다가 일주일 만에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재개됐다.

아울러 지난 23~24일 거래가 중단됐다가 이날 거래가 재개된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52.31%)와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20.62%)도 동반 급락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수일 만에 거래가 재개되면서 그동안 팔 수 없던 물량이 대거 쏟아져 가격이 급락했다”면서 “거래정지 기간 중 유가가 크게 떨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레버리지 ETN 4종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만에 4345억원에서 2800억원으로 1545억원(35.56%) 급감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 이들 종목을 6억3000만원어치 순매도했다.

◇높은 ‘괴리율’에 또 거래중단···기다리고 있는 건 ‘하한가’

가격 급락에도 불구하고 괴리율은 여전히 최대 400%를 넘어서고 있다. 삼성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지표가치 대비 괴리율은 전날 종가 기준으로 448.5%에 달했다. 괴리율이 900%대에서 450%대로 반토막나긴 했지만, 시장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아직 4.5배 가량 비싸다는 뜻이다.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역시 괴리율이 334.5%로 나타났으며, 신한 레버리지(160.0%), 미래에셋 레버리지(69.1%) ETN도 30%를 훨씬 웃도는 괴리율을 기록했다.

앞서 거래소는 단일가매매 상태에서 괴리율이 30%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다시 3거래일간 거래정지를 거쳐 단일가매매로 거래가 재개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4개 종목은 이날부터 3거래일 동안 거래가 정지됐다.

5월 황금연휴가 겹치면서 다음 거래재개일은 5월 6일이다. 오는 30일 석가탄신일과 5월 1일 근로자의 날, 5월 5일 어린이날 등이 휴일로 증시가 개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단일가매매로 거래된다.

현재 괴리율이 가장 높은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지표가치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한 차례 더 하한가(-60%)를 기록해 334원에 거래를 마친다 하더라도 괴리율은 119.4%로 또 거래정지 신세에 처해지게 된다. 그 다음 거래에서 한 차례 더 40% 급락해야 괴리율이 정상범위인 30%내로 들어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도 현 유가 수준을 가정해 다음 거래에서 다시 가격제한폭인 60% 하락한다 하더라도 괴리율은 73%로 정상 수준보다 한참 높은 상태가 지속된다. 게다가 매매거래가 중단되는 기간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다고 해도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사흘 연속 반등했던 국제유가가 이날 다시 20% 이상 대폭락을 기록하는 등 원유시장의 불안이 가시질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유재고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향후 몇 달 내 글로벌 원유저장 탱크가 가득 차는 ‘탱크톱’(tank top)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결국 원유개미들은 거래재개일인 다음달 6일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잠 못 드는 밤’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거듭된 거래정지로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손절매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잃었다. 업계에서는 이 기간 유가가 반등하기만을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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