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대제철은 봉합, 포스코는 갈등···같은 철강, 노사는 왜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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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봉합, 포스코는 갈등···같은 철강, 노사는 왜 달랐나

등록 2026.08.03 13:48

김제영

  기자

현대제철, 임단협 합의안 도출···'고용 안정' 집중포스코, 쟁의조정 돌입···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지주사 체제 전환 후 미래 투자·성과 배분 갈등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상반된 흐름을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제철은 고용 안정을 앞세워 노사가 조기에 접점을 찾았지만, 포스코는 성과 보상과 지주사 체제를 둘러싼 인식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같은 철강업계라도 노사가 인식하는 위기의 본질이 달랐던 점이 교섭 결과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는 최근 기본급 8만원 인상과 성과급 300%, 현금 500만원, 온누리상품권 3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가결되면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가장 먼저 도달하게 된다.

이번 합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성과급 규모보다 고용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이다.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 탄소중립 투자 부담에 더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까지 겹치며 중장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노사 모두 지금은 임금 갈등보다 생산 안정과 경쟁력 유지가 우선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현대제철의 조기 타결의 의미가 적지 않다.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핵심 계열사다. 임단협 장기화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완성차 생산과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노사가 조기에 접점을 찾은 것은 그룹 차원의 공급망 안정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회사 역시 탄소저감강판 양산 격려금과 신노사문화 안착 기념금 등을 별도로 지급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와 안정적인 노사관계 구축에 무게를 실었다. 업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성과 산업 전환을 함께 고려한 절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포스코는 상황이 다르다. 노조는 최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1968년 창사 이후 58년간 이어온 무분규 기록이 깨질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노사 간 임금과 성과급 수준을 둘러싼 괴리가 크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지급 등을 요구하는 반면, 회사는 기본급 1.2% 인상과 격려금 200만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 노조의 요구안은 전년도 합의안 대비 2배 이상의 상승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간극이 더욱 큰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갈등의 본질이 단순 보상을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업황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 탄소중립 투자 부담 등을 고려하면 비용 증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강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리튬과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성장사업 투자에 활용해야 하는 만큼 성과급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철강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를 통해 미래사업 투자와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면서 정작 철강 현장 근로자들에게는 비용 절감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장의 희생이 그룹 투자 재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실제 포스코는 2022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그룹 차원의 투자 방향성이 달라졌다. 철강사업에서 창출한 현금을 기반으로 리튬, 니켈,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하지만 노조는 철강사업의 성과가 현장보다 지주회사와 신사업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배당 규모도 꾸준히 증가했다. 포스코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에 지급한 배당금은 2023년 약 3200억원, 2024년 8880억원, 2025년 5274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포스코홀딩스에 대한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중)은 2023년 41%에서 2025년 61%로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임단협 결과 차이는 노사가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산업 전환기에 고용 안정과 생산 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를 중심으로 협상에 임했다면, 포스코는 미래 투자와 철강사업의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인식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노사가 경쟁력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공감대를 어느 정도 형성한 반면, 포스코는 철강에서 창출한 이익을 어디에 배분해야 하는지를 두고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며 "이번 교섭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지주회사 체제 이후 그룹의 투자 방향과 성과 배분 방식을 둘러싼 갈등의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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