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오쇼핑 제품 자연스레 노출하며미디어·커머스 합병 시너지 누렸지으나정부 규제 장벽 높아 다양한 시도 한계
CJ ENM 합병 초기에는 여러 콘텐츠 커머스 모델을 선보이며 어느 정도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국내 미디어 커머스 시장 성장세에도 TV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규제 탓에 새로운 시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 2018년 7월 홈쇼핑업체 CJ오쇼핑과 미디어기업 CJ E&M이 합병해 출범, 이달 2주년을 맞았다.
당시 CJ오쇼핑이 CJ E&M과의 합병을 선택한 것은 홈쇼핑 시장의 한계에 직면해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사의 전체 취급고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16년 8.4%, 2017년 8.7%, 2018년 3.5%로 둔화하고 있다. 특히 방송 취급고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16년 4.9%, 2017년 5.7%에서 2018년 0.9%로 뚝 떨어졌다.
CJ오쇼핑은 TV 부문의 성장이 크게 둔화하고 있는 반면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는 데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미디어 계열사 CJ E&M과의 합병을 선택했다. CJ E&M은 국내 굴지의 콘텐츠 기업으로 TV, 모바일 등 다양한 콘텐츠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CJ오쇼핑의 상품기획 역량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CJ ENM은 합병 이후 예능, 드라마 등과 협업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커머스’를 선보여왔다.
콘텐츠 커머스는 방송 콘텐츠에 상품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구매로 연결시키거나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커머스 활동을 말한다. 이미 완성된 콘텐츠에 협찬 형태로 상품을 노출시키는 것이 PPL과 달리, 콘텐츠 커머스는 프로그램 초기 기획 단계부터 협의가 이뤄진다.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면 관련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가능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대표적인 콘텐츠 커머스 사례로는 키친웨어 브랜드 ‘오덴세’가 꼽힌다. 오덴세는 tvN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하숙’의 PPL 효과로 30~40대 타겟 고객의 온라인 검색량이 폭증했고 오프라인 매장은 해당 프로그램을 콘셉트로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며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
또 CJ ENM은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오쇼핑의 자체 패션 브랜드 ‘씨이앤(Ce&)’과 ‘지스튜디오(g studio)’의 옷을 드라마 주연 배우인 이종석과 이나영에게 입혀 자연스럽게 노출했다.
푸드&라이프스타일 채널 ‘올리브’의 브랜드 IP(지식재산권)과 오쇼핑의 커머스 역량을 결합해 온·오프라인 쇼핑 채널 ‘올리브마켓’도 론칭했다.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오쇼핑부문의 리빙 PB ‘앳센셜’을 포함해 총 80여 개의 브랜드를 판매하기도 했다.
최근 유튜브, SNS와 국내 콘텐츠 기업들을 중심으로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비춰볼 때, CJ ENM이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합병 2년째를 맞은 올해 들어서는 CJ ENM의 이런 새로운 시도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콘텐츠와 미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것이 합병의 주된 목적이었음에도 이런 시도가 줄어드는 것은 TV 규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는 TV방송의 간접광고와 협찬고지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 특히 홈쇼핑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를 받아야 하고 5년마다 정부의 재승인을 받아야 해 규제에서 더 자유롭기 어렵다. 실제로 2018년 한 홈쇼핑업체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낚시대를 판매하면서 예능 방송 장면을 내보냈다가 방심위의 제재를 받은 경우가 있었다. 이 때문에 CJ ENM 역시 규제에 벗어나지 않는 콘텐츠 커머스 신사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과 커머스 사업의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미래 원동력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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