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석학들, KOREA에서 코로나19 이후를 논하다
고려대의료원(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김영훈)은 지난 23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영국 맨체스터대, 독일 베를린자유대와 공동주최한 ‘넥스트 노멀 컨퍼런스(Next Normal Conference) 2020’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Reimagining The Next normal(새로운 표준에 대한 재구상)을 주제로 고려대 의과대학 유광사홀에서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래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짐 데이토(Jim Dator) 하와이대 마노아캠퍼스 명예교수를 비롯해 마틴 맥키(Martin McKee) 런던대 보건대학원 교수,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국내외를 망라한 유수의 석학들이 참여해 행사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축전을 통해 “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인류로 하여금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발휘하도록 이끄는 기회의 요인 되고 있다. 컨퍼런스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의 가치’를 실현할 방법이 논의되길 기대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진택 고려대학교 총장도 축사를 통해 “우리는 분명히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테지만 이후를 준비해야한다. 지구촌 형제들과 함께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로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면 인류는 다시 위대한 전진을 개시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히며 컨퍼런스의 의미를 강조했다.
컨퍼런스의 시작은 기조강연을 맡은 미래학자 짐 데이토 교수였다. ‘균열된 시간이 주는 교훈: 4가지 미래(Learning from a Cleft in Time: Four Futures)’를 주제로 발표한 짐 데이토 교수는 “하나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선호하는 미래를 디자인하고 탐색해볼 수는 있다”고 말하며 인류가 맞이할 수 있는 4가지 미래를 제시해 참석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는 또 “한국은 그동안 서구 선진국의 발전모델을 충실히 답습해 현재의 놀라운 경제적·문화적 번영을 달성했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글로벌 롤 모델 국가의 면모도 보여줬다. 더 이상 한국이 뒤따르고 학습할 모델은 없으며 창조적인 길을 걸어 나가야한다. 미국의 지난 50년과 앞으로의 50년은 매우 다를 것이므로 다른 국가들의 새로운 국제사회 역할이 필요하다. 한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세계의 헤게모니를 쟁취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찾아온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고 밝히며 대한민국에 대한 묵직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부정맥 전문의이자 고려대의료원 수장인 김영훈 의무부총장과 짐 데이토의 대담은 이날 컨퍼런스의 하이라이트였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팬데믹이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관심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치명적인 상처를 줬다는 점을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취약한 곳을 먼저 공격한다. 코로나 이후에도 반복될 또 다른 신종감염병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인류는 사회적 면역력과 삶의 마지노선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혀 짐 데이토 교수의 강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둘은 이외에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인류의 연대, 인간과 AI의 성공적 공존, 대한민국의 국제사회에서의 바람직한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넥스트 노멀을 향한 지혜를 공유했다.
두 번째로는 송진원 고대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의 특별강연과 윤영욱 고려대 의과대학장과의 대담이 이어졌다. 송진원 교수는 ‘‘한탄바이러스에서부터 미래의 신종바이러스까지 : 인류는 바이러스로부터 무엇을 얻을 것인가(From Hantaan virus to next one: What the world can learn from virus)’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호왕 교수의 한탄바이러스 발견부터 백신개발에 이르기까지 고려대의료원의 헤리티지를 소개한 후,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적인 글로벌 감시 및 조기 진단 시스템과 검역 시스템을 포함한 국제공조체계의 시급성, 그리고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비한 백신 플랫폼 개발 필요성도 강조했다.
통합세션에서는 다방면의 석학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집단지성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권준욱 국립보건원장은 공중보건의 관점에서의 한국의 코로나19 대응(Korea’s Response to COVID-19 from the Public Health Perspective)을 발표하며 K-방역 최전선 수장으로서의 생생한 입장을 전달했다.
세계적인 보건학자 마틴 매키(Martin Mckee) 런던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와 경제에 대한 통합적이고 일관된 대응의 필요성(COVID and the economy – we need a comprehensive response that includes both)’을 주제로 강연하며 “20세기 초 미국의 인플루엔자 대유행 사례를 살펴봤을 때, 어떤 상황이라도 생명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에도 가장 먼저 봉쇄를 시행하고 가장 나중에 해제한 도시들이 많은 생명을 구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가 회복됐다”고 밝혔다. 또한 사망률이 높은 미국, 러시아, 영국, 브라질, 인도 등의 공통점은 포퓰리즘 정부라며 과학을 무시한 일방적인 경제살리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 외에도 마틴 매키 교수는 위기 시 과감한 예산집행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 경제보호, 고용유지를 통한 노동자보호, 팬데믹 재발생에 대한 지속적 대비 등을 주문했다.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의 커틀랜드 로빈슨(Courtland Robinson)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봉쇄와 이동 제한으로 인한 인간의 건강(Human Immobility and Health in a Post-COVID-19 World)’이라는 발표를 통해 "한 국가의 해외여행 연관성은 코로나19 발생 후 첫 6개월간 확산의 핵심요인이었으며 바이러스의 확산은 이민자, 여행자, 비즈니스맨 또는 환승객 여부와는 관련이 없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국가간 이동의 리스크와 Immobility(자본, 노동, 상품의 순환이 정지된 상태)로부터의 보호방안, 그리고 국경 안팎의 포괄적인 공동대응을 통한 질병확산방지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독일 현지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재직 중인 이은정 교수는 코로나 대응에 있어서의 인종차별주의와 차별(Racism and Discrimination in COVID-19 Response)을 주제로 강연하며 팬데믹 발생 시 수세기 전부터 이어진 서양의 동양인 차별과 인종주의적 시각의 역사를 소개하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서유럽의 속내를 해설했다. 이은정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의 ‘넥스트-노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뿌리 깊은 동서양의 차별과 편견, 인종주의가 인류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라며 냉철한 시각을 보여줬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감염 전문가인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넥스트 노멀을 향한 보건의료 영역의 도전과 대응전략(Beyond COVID-19 pandemic : challenges and response strategy for the next normal)을 주제로 코로나 19와 신종감염병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했다. 김우주 교수는 “현대의 인류가 금단의 선을 넘어 야생동물을 취식하고 무분별한 개발 및 환경파괴를 가한 대가가 21세기에 이어지는 신종감염병 연쇄 팬데믹이며, 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통해서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앞으로는 인간, 동물 그리고 환경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One Health’ 개념으로 접근해야한다”며 학자로서의 소신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는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을 좌장으로 통합세션의 연자들과 차지호 맨체스터대학교 인도주의·분쟁대응연구소 교수, 박만성 고려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가 패널로 참여하여 통합세션에 다뤄졌던 내용을 주제로 자유로운 토론의 시간을 가지며 이날 컨퍼런스를 갈무리했다.
컨퍼런스는 코로나19 이후의 ‘넥스트 노멀’을 주제로 삼았지만, 행사장 현장은 이미 ‘다음 세상’이 우리에게 와있는 느낌이었다. 하와이 호놀룰루자택에서 웹캠을 통해 참여한 짐 데이토 교수는 마주앉아 김영훈 의무부총장과 티타임을 나누는 듯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으며 거리상의 물리적 제약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볼티모어의 커틀랜드 로빈슨 교수와 베를린의 이은정 교수가 온라인으로 참여해 함께 토론한 통합세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45명의 좌석제한을 둔 컨퍼런스였지만 고려대의료원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한국어, 영어 듀얼로 송출되어 전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들의 견해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김영훈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지역적 고립과 단절, 나아가 가장 소외되고 관심 받지 못하는 계층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며 “하지만 인간은 서로 공감하고 관계해나가는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라면서 “인류는 서류 협력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문명의 역진을 강요하는 코로나19에게 오히려 공존과 협력을 통해 당당히 전진하는 인류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의료가 넥스트 노멀을 선도하는 기준이 될 것”이며 “고려대의료원은 정릉 K-Bio 캠퍼스에 세계최고 수준의 신종감염병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전 세계 산학연을 아우르는 유관 인력들이 함께 공유가능한 교육훈련 플랫폼 창조 등 넥스트 메디슨(Next Medicine)의 가시화를 통해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안성렬 기자
ansungy0648@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