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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신고가 갱신 잇따라···“반전세 거래가 대세”

전셋값 신고가 갱신 잇따라···“반전세 거래가 대세”

등록 2020.10.11 12:34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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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도 집못구하는 최악의 전세난수억씩 올라 서울서 외곽으로···매매전환도

사진=뉴스웨이DB사진=뉴스웨이DB

전셋값이 계속 뛰면서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임차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새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는 임차인은 앞으로 2년간은 집 걱정을 덜었지만, 집주인의 실거주 등을 이유로 지금 사는 전셋집에서 나와 다른 집을 찾아야 하는 임차인들은 전세 품귀와 급등한 전셋값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아울러 순수 전세가 줄고 월세를 낀 반전세가 늘어나는 현상과 전셋값 급등에 마음이 급해진 임차인이 매매로 돌아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세 물건이 크게 줄고 전셋값이 폭등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된 7월 말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전셋집에 2년 더 눌러앉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세 매물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 전세 품귀가 심화하고 있다.

매물 부족으로 가격이 뛰는 상황에서,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보증금을 2년에 5%밖에 올리지 못하게 된 집주인들이 4년 치 보증금 상승분을 미리 올려 받으려 해 최근 전셋값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됐다.

전체 9천510가구 규모로 서울 최대 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현재 인터넷 부동산 포털 등에 올라와 있는 전월세 매물이 총 6건에 불과하다.

헬리오시티 인근 A 공인 대표는 "임대차법 개정 이후 스스로 나가겠다는 임차인은 없고 다들 2년 더 살겠다고 눌러앉는 분위기여서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 물건이 없으니 가격은 부르는 사람 마음이라 "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인기 평형인 전용면적 84.96㎡는 지난달 26일 보증금 10억7천만원(2층)에 계약서를 쓴 것이 가장 최근 전세 거래다. 직전 거래인 8월 11일 보증금 10억원(4층) 전세 이후 7천만원이 더 올랐다.

지금 해당 평형은 전세 물건이 없고 인근 평형인 84.98㎡ 저층이 12억원에 1개 전세 매물로 나와 있다.

3천885가구 규모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전체 단지에서 전월세 매물이 21건에 그치고 있다.

전용 59.96㎡는 8월 보증금이 5억5천만∼6억5천만원 선에서 현재 7억5천만원까지 올랐고, 84㎡ 전셋값은 1∼2개월 사이에 8억∼8억5천만원에서 9억원으로 뛰었다. 지금 84㎡ 호가는 9억5천만원 수준이다.

아현동 H 공인 대표는 "전세 물건이 없는 건 아닌데, 보증금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올랐다며 전세 구하는 사람들이 왔다가 고민하면서 더 싼 전세를 찾아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포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뉴스에도 나왔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 동네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데,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해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2년 전 6억3천만원에 들어간 전세를 지금은 9억원까지 부르는데, 부총리라도 자기 전세를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가 갱신도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도곡렉슬 85㎡는 지난달 28일 보증금 15억5천만원(5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져 역대 최고가격에 계약서를 썼고, 래미안대치팰리스 91.93㎡도 지난달 29일 보증금 17억3천만원(28층)에 신고가를 갱신하며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전세 품귀와 전셋값 상승세는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지역뿐 아니라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거세다.

노원구 하계1청구 84.6㎡는 지난달 11일 보증금 5억원(7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처음으로 5억원을 넘겼고, 상계동 보람2단지 79.25㎡는 지난달 26일 4억원(10층)에 전세 계약서를 써 4억원을 돌파했다.

동작구에서도 입주 28년 차인 극동아파트 84.32㎡가 지난달 23일 보증금 5억3천만원(15층)에 전세 계약돼 최고 가격 기록을 깼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 정보에 따르면 서울 최대 단지인 헬리오시티에서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40여일간 성사된 임대차 거래는 14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순수 전세 거래는 4건에 불과하고, 10건은 월세를 낀 반전세 거래였다.

인기 평형인 전용 84㎡의 경우 순수 전세는 지난달 26일 보증금 10억7천만원(2층)에 계약된 것이 전부다. 지금은 호가는 최소 11억원에서 13억∼14억원까지 뛴 상태다.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부 월세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 아파트 84㎡ 규모 반전세는 지난달 19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40만원(29층), 지난달 26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60만원(9층), 지난달 29일 보증금 6억5천만원에 월세 100만원(3층) 등으로 매달 100만∼260만원까지 월세를 부담할 능력이 돼야 입주가 가능한 수준이다.

인근 B 공인 대표는 "금리가 낮고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임대인 입장에서야 이전부터 당연히 월세를 선호했는데, 순수 전세가 씨가 마르면서 월세 비중이 큰 반전세라도 계약하겠다고 달려드는 세입자가 나오고 있어 지금은 반전세 거래가 대세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가 계속되고 전세 품귀와 전셋값 상승이 심화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반전세가 늘어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가 모두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전셋값 상승이 진정되던 매맷값을 지탱하는 것을 넘어 집값 상승을 자극하기도 한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거주하는 김모(37)씨는 작년 3월 회사를 옮기면서 동탄에 내려와 보증금 2억5천만원짜리 84㎡ 아파트 전세에 사는데,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해 벌써 다른 전세를 알아보는 중이다.

김씨는 "8월 이후 인근 아파트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이 넓은 동탄에 전세가 없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며 "그나마 나온 물건은 전셋값을 4억원에서 5억원까지 불러 아내와 함께 충격을 받은 상태다"라고 한숨 지었다.

김씨는 "전셋값이 크게 뛰는 걸 보니 이쪽 집값도 더 안 오른다는 보장이 없을 것 같다. 패닉바잉(공황구매)은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빨리 집을 사야 하는지를 아내와 매일 저녁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현재 수도권 집값은 관망세가 강하지만 가점이 낮아 청약 당첨이 어려운 30대나 전셋값 급등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설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앞으로 전세 불안이 1∼2년까지도 계속될 수 있어 매매 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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