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문자···3월 재개→정해진것 없다→원칙 재강조여당, 연일 강경 발언··· “개인 투자자 반발 엄청날 것”금융위, 연일 갈짓자 행보, 은위원장이 직접 진화해야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강한 압박에 금융위는 지난 이틀간 공매도 재개에 대한 입장을 3차례나 번복하는 등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손바닥 뒤집듯 한 금융위의 오락가락 행보에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1일 저녁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며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 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을 마무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3200선까지 넘나들며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이어가자, 공매도가 재개되면 증시 활황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재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삼성 임원 출신인 양향자 최고위원과 재선의 박용진 의원 등이 공매도 금지 재연장을 앞장서서 요구하며 금융당국을 압박했다.
양 최고위원은 금융위의 입장 발표 다음날인 지난 12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공매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완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뢰까지 얻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이 상태로 공매도 거래가 3월 15일에 재개된다면 시장의 혼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코로나로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면서 급락하고 있던 주식시장을 지켜낸 것이 동학개미다”라며 “동학개미들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투자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치는 이들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과 해외자원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채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제도적 구멍 있는 공매도 재개 강행 신중하길 재차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매도 금지 기간임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한 수만 건의 불법 공매도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며 “이런 구멍 난 불공정한 제도, 부실한 금융당국의 대처로 피눈물 흘리는 것은 다름 아닌 개미투자자들, 바로 우리 국민들”이라고 지적했다.
공매도를 둘러싼 여론과 정치권의 움직임이 커지자 금융위 한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전혀 없다”며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배경에 대해 “기존 입장대로 3월 15일 이전에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재개할지 안 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고 재개를 한다면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검토하는 단계인데, 공매도 재개를 안 한다는 식으로 너무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문자를 발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번 타오른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졌고, 결국 금융위는 전날 오후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난 8일 금융위원회 주간업무회의시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11일 발송된 메시지 내용이 공식입장”이라며 “공매도 재개문제는 9인으로 구성된 금융위의 의결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는 3월 공매도 재개라는 ‘원칙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회의에서 “국민들이 증시의 한 축이 되어줬으며, 최근 주가지수가 3100포인트를 상회하게 된 것은 외국인 순매수가 기여한 바가 크다”며 “금융위는 이러한 긍정적 흐름을 지속·강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은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인 2019년 8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공매도가 주식의 적정가치 형성에 순기능이 있으며, 금지할 경우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며 공매도 금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공식 입장이 크게 흔들리는 데는 공매도 문제가 경제 이슈를 넘어 정치 이슈로 넘어간 탓이 크다고 해석했다.
오는 3월 16일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금융위이지만, 정치권에서는 4월 서울·부산시장 등을 뽑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민심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이 금융위에 공매도 금지 연장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오는 4월 재·보궐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금융당국이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의 여론과 정치권의 분위기 등을 계속 살펴야 되기 때문에 공매도 재개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시점은 3월에 임박해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kbh6416@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