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한국거래소 ‘스팸관여과다’ 지정돼“투자과열 일시 진정시키려 새로 도입한 제도”시스템상 신고량 등 충족되면 자동으로 걸러
“스팸 많이 보낸 기아차, 작전주인가요?” 다소 엉뚱한 거래소 공시에 이런 의문이 드는 투자자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아차는 실적이나 전망을 볼 때 그런 경우여서 투자주의종목에 지정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나, 최근 기아차 관련 스팸문자 신고건수가 평소보다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25일 한국거래소는 장 마감 후 거래소 공시시스템(KIND·카인드)에 기아자동차를 스팸관여과다 사유를 들어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되더라도 거래정지와 같은 거래소의 실질적인 패널티(Penalty·벌)는 적용받지 않으나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이다.
이는 투자경고·위험종목보다 낮은 시장경보 조치로,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투기적이나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종목을 공표해 투자자들의 뇌동매매를 방지하고 잠재적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경각심 일깨우려는 목적”이라고 도입 취지를 밝히고 있다.
스팸관리과다에 해당하려면 규정상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된 영리 목적 광고성 정보의 최근 3일 평균 신고건수가 최근 5일 또는 20일 평균 신고건수 대비 3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휴대폰 사용자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스팸문자로 신고한 건수로 해당 요건을 관리하고 있는데, (기아차의 경우) 평상시 언급량에 비해서는 저희가 가진 기준을 도달했기 때문에 스팸관여과다로 공시가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외 다른 사유는 규정상 못알려드리게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 총 5가지의 시황 조건 중 기아차는 당일 주가가 최근 20일 중 최고가에 해당하기 때문에 투자주의종목에 지정됐다. 지난 25일 기아차 주가는 장 중 6.26%(5500원) 오른 9만33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10년래 사상 최고가다.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된 26일 하루 동안 주가는 3.86%(3600원) 하락한 8만9700원에 마감했다.
스팸관여과다종목 운영 시스템은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차별하지 않고 ‘로직(Logic·논리)’ 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시가총액 36조원 규모로 10위(우선주 제외)에 진입한 기아차라 하더라도 투자주의종목 지정을 피할 수는 없었다.
거래소는 지난해 3월부터 주식 매수를 추천하는 스팸 메시지로 인해 발생하는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이 제도를 시행했으며, 약 1년간의 제도 시행 기간 동안 지정된 167종목을 대상으로 일시적 과열 진정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현재 시가총액 4조원 규모로 코스닥 4위를 기록 중인 씨젠 역시 지난해 7월 15일과 8월 10일 이 경보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기아차 정도 (시총) 사이즈 중에는 씨젠이 스팸 발송으로 인해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시총 상위 종목의 스팸관여과다종목 지정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이다.
한 정보통신 관계자는 “스팸문자라 하면 부정적(Negative·네거티브)으로 볼 수도 있는데 문자 내용의 신빙성과는 관계없이 내가 개인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는데 광고성으로 문자가 와서 나는 문자 수신에 동의한 적 없고 내게는 성가시다 해서 스팸으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는 27일 실적을 발표했다. 기아 측은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이 완화되며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일부 시장에서의 코로나19 영향 장기화 및 비우호적 환율 환경 지속에 대한 우려가 상존할 것으로 본다”며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회복과 수익성 개선 지속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용권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31년 만에 기아차동차에서 ‘기아’로 사명을 변경하며 신규 로고를 적용함과 함께 자동차 제조업 중심에서 탈피해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새로운 주가 레벨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12개월 목표주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1배를 적용한 10만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그는 “독일과 영국 등 주요 국가 봉쇄 지속으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애플과의 협업 기대감으로 올해 PER 기준 11.1배까지 주가가 급등했다”며 “기아와 마찬가지로 2025년까지 강력한 전동화 및 모빌리티 전략을 추진 중인 폭스바겐(7.6배), 제너럴모터스(9.3배) 등과 괴리도가 벌어진 점은 추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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