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기에 자사주 8억6000만원 처분...미공개 정보 이용 논란지난해 정의선 회장 따라 자사주 매입...주가 상승으로 차익실현모두 미등기임원에 처분시기도 제각각...6개월 보유의무도 지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 임원 13명은 지난달 6일부터 27일까지 총 3537주(우선주 포함)의 자사주를 매도했다. 총 매도금액은 8억6120만원에 달하며, 1주당 단가는 최대 26만3000원이다.
앞서 지난해 3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자 81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현대차 주식 406억원(58만1333주), 현대모비스 주식 411억원(30만3759주) 어치를 사들인 바 있다.
이에 현대차 임원 125명도 책임경영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3월 23일부터 8월 초까지 약 33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었다. 주가 폭락 당시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던 임원들이 이번엔 고점 매도로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1월 첫 주만 해도 20만원 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애플카 관련 언론보도가 나온 8일엔 전 거래일 대비 19.42% 상승한 24만6000원에 마감했다. 특히 월요일인 11일 26만7000원에 마감하며 최고치를 찍었고, 26일까지 25만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현대차의 고공행진은 임원들의 주식 매도 이후 주춤한 상태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29일 22만9000원까지 떨어지며 급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3월 주가가 6만5000원대까지 내려갔던 걸 감안하면, 임원들은 고점에서 최대 4배 가까운 수익을 올리게 된 셈이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애플과의 협력 논의가 중단됐다고 보도한 이후부터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 8일 “애플과의 자율주행차 협력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공시하며 남아있는 기대감을 잠재우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임원들은 애플카에 대한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판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현대차 임원들의 주식 매각이 미공개 정보 이용, 인위적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 건 아닌지 점검 중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사례를 불공정거래 또는 이상거래로 판단하긴 힘들다고 보고 있다. 모두 미등기임원이라 정보 접근 자체가 쉽지 않고, 처분한 시점에도 차이가 있어서다. 주가 급등에 따라 단순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매각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주식을 처분한 현대차 임원들은 자금 마련 등 개인적인 사정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들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미등기임원들이며, 지난 3월에 취득한 자사주를 매각했으니 최소 6개월 보유 의무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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