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활황에 영업전선 변화···큰손 밀착관리 강화자녀 계좌 개설...MTS 교육 및 종목 추천도 ‘척척’자녀 훈육·취업 상담에 소소한 감성 마케팅까지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불장(bull market)’을 기록하며 박스권을 탈출했다. 국내 부동산 투자가 막히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동성이 증시로 몰렸기 때문이다. 은행에 묶였던 예·적금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KB)에 10억원 이상 예치한 자산가는 5만명이 넘었다. 3만3030명이었던 전년 대비 53.3%나 급증한 수치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코스피에서 47조원, 코스닥에서 16조원이나 사들이며 증시의 주인공이 됐다.
◇떠났던 고객들의 재거래 급증...직접투자·해외주식 선호로 변화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큰 손들이 늘어나면서 영업 일선의 PB도 과거보다 바빠졌다. 신규 고객도 늘었지만 주식 투자를 그만뒀던 고객들이 재거래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중소형 증권사의 한 PB는 “과거엔 간접 투자하던 고객들이 많았지만 증시 전망이 좋은 요즘엔 직접투자를 선호한다”며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하는 분들이 많아선지 PB에게 주문을 부탁하기보다 집에서 직접 온라인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들이 해외주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또 다른 변화다. 20년 경력의 한 PB는 “상한가가 없는 미국 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고객들이 증권사 직원들의 말을 그대로 따랐지만, 요즘엔 고객별로 선호하는 상품과 종목이 뚜렷한 편”이라고 말했다.
◇주식으로 재산 증여 위해 PB 상담...지방 별장까지 부르기도
높은 수익률로 투자 재미를 본 고객들이 PB에게 주로 요청하는 일은 자녀들의 주식 계좌 개설이다. 이는 주식을 재산 증여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고객 자녀들의 계좌 개설은 물론 HTS 사용법 교육과 종목추천까지 모두 PB의 일이다.
PB들이 자산가들의 집사 역할을 한다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이야기다. 한국투자증권의 김경록 PB가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PC 은닉을 도운 사실이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자산가들은 PB에게 훈육방법이나 취업문제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물어본다”며 “PB가 직접 고객의 지방 별장에 PC와 HTS를 설치해주는 것도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PB들도 있다. 이를테면 여수여행 중 먹어본 갓김치를 “고객님이 생각나서 사 왔다”며 선물하는 식이다. 소소하지만 고객과의 유대감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이다.
◇불완전 판매 경각심 확산...자산가들의 신규 고객 소개는 ‘옛말’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불완전 판매에 대한 PB들의 경각심도 커졌다.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해 혹시 모를 금융사고에 대비한다는 후문이다. 앞서 라임·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일부 PB들은 고객들에게 “안전하다”며 적극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찾아가는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오프라인 영업점은 통폐합 등으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PB들의 ‘밀착 서비스’ 기회는 늘어난 셈이다.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PB 개인 역량이 중요하다는 게 금투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증권사별로 온라인 PB 서비스가 확대됐지만 여전히 ‘대면’이 선호되는 모습이다. PB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주로 중장년층인데, 이들은 온라인 환경에 익숙치 않아서다. 실제로 PB들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고객들의 스마트폰에 MTS를 설치해주는 일이다.
다만 고객관리가 과거처럼 신규 고객 유치로 이어지진 않는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한 증권사 PB는 “주식투자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다른 고객을 소개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요즘은 매우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소개를 해주기 쉽지 않은데, 정보가 풍부해진데다 주식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신규 고객들의 대부분은 회사와 가까운 영업점을 찾고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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