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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LH號 올라탄 김현준···관가 “키워드는 ‘응징’”

부동산 부동산일반

[官心집중] LH號 올라탄 김현준···관가 “키워드는 ‘응징’”

등록 2021.04.26 16:09

수정 2021.04.26 21:27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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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수장에 국세청장 출신 세정 전문가 기용“김 전 청장 독자 판단아닌 윗선 교감 의심”“부동산 경제검찰 자임···쇄신특명 받았을 것”내부통제·투기방지·공급확대 등 숙제 수두룩26일 취임식 “쇄신 위한 혁신위·추진단 신설”

 LH號 올라탄 김현준···관가 “키워드는 ‘응징’” 기사의 사진

“前 국세청장 출신에게 (정부 부동산 정책 선봉장인) LH 사장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3기 신도시에서 투기를 저지른) LH에 대한 응징이라고 봐야 합니다.”

김현준 전 국세청장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수장 기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관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주거복지와 주택 부동산 정책과 거리가 먼 국가 세정 분야 전문가이라서다. 더욱이 이 고위 관계자는 김 신임 사장이 독자적인판단으로 그간 연고도 없는 LH사장직 공모에 접수했을리 만무하다고 의심했다. 청와대나 정치권(더불어 민주당) 등 윗선과의 교감으로 LH 조직 쇄신이라는 특명을 받고 부임했을 것으로 봤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되레 말을 아꼈다. LH에 전직 국세청장 출신을 기용한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며 안그래도 땅에 떨어진 신뢰로 침체된 LH분위기에 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라고만 했다. 통합 LH사장은 LH와 가깝거나 밀접한 국토교통부 고위직 출신이나 주택·토지 관련 전문가 등이 임명돼왔기 때문. 초대 사장인 이지송 전 사장은 현대건설 대표이사 출신이었고, 박상우 전 사장과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도 각각 국토부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출신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LH와 협업을 하는 조직에서 수장을 했던 인물들이다.

반면 김 신임 사장은 그간 부동산 경제검찰을 자임할 만큼 날을 세워왔다. 전직 국세청장 당시 그의 업적만 봐도 그렇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가 국세청장으로 취임(2019년 7월)한 후 1년간 부동산 기획조사 건수를 보면 취임 1년 만에 1799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이는 전년 대비 2.9배가 증가한 ‘고강도 부동산 기획조사’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탈세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물론, 미성년자, 30대 이하인 사회초년생, 고가아파트 취득자에 대한 현금흐름 전수분석, 고액 전세입자 종합분석, 부동산업 법인 및 다주택 임대업자 신고내용 검증, 부동산거래탈루대응 전담TF 신설 등 그가 쌓은 업적만 하더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김 신임 사장은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해 공직을 시작했다. 특히 참여정부와 박근혜정부 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해 감찰과 인사 검증 업무를 맡기도 했다.

김 사장의 그간 이력과 행보가 이렇다보니 LH 관계자는 “(신임 사장이 온 뒤로) 앞으로 LH조직이 어떻게 될지 우리도 모르겠다. 내일을 알 수 없다”며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 출신인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국토부 등 관가에서 긴장보다 기대감을 받고 있는 것과는 다른 평가다.

김 신임 사장이 해결해야하는 숙제도 적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LH 혁신방안에 대한 조직 반발 무마, 조직 내부 혁신과 통제방안 마련, 주택공급 확대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을 위한 조직 재편이 눈앞의 과제다. 정부가 추진하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조직적인 반발을 잠재우고, 땅에 떨어진 조직의 신뢰도와 구성원의 도덕성을 회복하려면 조직을 추스르고 구성원의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정부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법률 개정과는 별도로 김 사장은 임직원의 부동산 거래 신고·등록 및 검증시스템 구축 등 내부 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LH 스스로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대토 보상 등 택지 공급 업무 전반에 걸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부동산 투기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이번 기회에 드러난 갖가지 조직 내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공사 발주 과정의 투명성 확보, 조직의 능률 향상 방안 마련, 내부 회계 투명성 확보 방안도 내놓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정책에 맞춰 조직 재편도 서둘러야 한다. 이 과제는 정부가 다음 달 LH의 전반적인 조직 혁신방안을 발표하고서 본격적으로 손을 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LH 조직을 본연의 업무인 택지개발·주택건설 업무 중심으로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조직 재편 과정에서 1만여 명에 육박하는 인력을 재배치하고, 손을 떼는 업무를 부작용 없이 이관해야 하는 역할도 김 사장의 몫이다.

국토부 한 고위공무원은 “김 사장에게는 임명과 동시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 내부를 통제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정부가 주택정책 전문가보다 사정 업무에 밝은 사람을 골라 신임 사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현준 LH 신임 사장이 26일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다.

김 사장은 이날 LH 경남 진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저를 비롯한 임직원 모두는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깊은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LH 전·현직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태로 타격을 입은 신뢰 회복을 위해 조직 개편과 혁신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학계와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LH 혁신위원회’와 실무전담조직인 ‘LH 혁신추진단’을 설치하겠다”며 “정부의 LH 혁신방안에 대한 후속조치와 이행 사항을 철저히 점검해 청렴하고 공정·투명한 조직으로 재탄생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 제안을 폭넓게 수렴해 LH 혁신방안에 반영하고, 그동안의 부조리와 불합리한 관행들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적극적으로 쇄신해 이행성과를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차질없는 정책 이행도 강조했다. 그는 “2·4 공급대책과 주거복지로드맵,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LH에 주어진 정책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공공임대·전세·자가·분양 등 다양한 방식의 주택을 공급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최대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공정·투명·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업무 혁신 방안도 제시했다. 내부 정보로 사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무관용으로 엄단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업무혁신도 병행할 계획이다.

그는 “LH가 수행하는 토지조성과 주택공급 등 모든 국책사업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며 “공익성과 효율성의 조화를 이루며 공익가치를 실현하는 기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립도생(本立道生), 즉 기본이 바로 서면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인다”면서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 LH를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공기업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LH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 사장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에서 공직자 감찰과 인사 검증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 당면한 LH의 조직혁신에 강한 리더십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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