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대비 90% 급락...코스닥 시총 2위서 56위로 추락 임상지연·유상증자·사모펀드 투자에 말 바꾸기도 수차례 시장신뢰 잃은 김선영 대표...소액주주 결집해 해임 추진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이날 장중 상한가(3만9500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가 헬릭스미스의 신약인 엔젠시스를 ‘올해 1분기 주목할 만한 임상결과’로 선정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헬릭스미스 주가는 지난 2년여간 심각한 부침을 겪어왔다. 7일 종가인 3만400원은 지난 2019년 3월 13일 기록한 최고점(31만2200원·종가기준) 대비 90.2%나 급락한 수치다. 고점을 세울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 2위였던 헬릭스미스는 56위(7일 기준)까지 내려갔다.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는 사명 변경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코스닥 시장의 최고 유망주로 꼽혔다. 국내 1호 바이오벤처 기업(1996년 11월)이자 국내 1호 기술특례 상장 기업(2005년 12월)인 헬릭스미스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를 한껏 높였다. 2018년 말 유진투자증권은 헬릭스미스의 목표주가를 32만원까지 제시했고, 실제로 2019년 3월 13일 31만2200원에 마감하기도 했다.
◇믿었던 엔젠시스 임상 지연...오너일가는 공시 이전 지분 매도
하지만 헬릭스미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김 대표와 소액주주 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신약 ‘엔젠시스’의 임상이 늦어지고 대규모 유상증자, 고위험 사모펀드 투자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김 대표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한 모습이다.
2019년 들어 20만원대의 주가를 유지하던 헬릭스미스는 하반기부터 큰 폭의 조정을 받고 1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회사의 운명이 달린 ‘엔젠시스’가 미국 식품의약처(FDA) 임상 3-1상에서 결론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위약군과 신약후보물질 투여군이 섞이는 임상 오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임상 3상 결과가 지연됐다.
특히 임상 실패 발표(2019년 9월 23일) 당시 오너일가가 임상 결과를 미리 알고 지분을 팔았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의 처남인 김용수 전 대표의 부인과 딸이 약 5억3900만원 규모의 헬릭스미스 지분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 측은 “공시 사전 유출은 전혀 없었고 주식 매도는 우연한 일치”라고 해명한 바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 안 하겠다더니 ‘또’...김 대표는 참여 안 해
2019년 8월에 단행한 149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꼽힌다. 당시 헬릭스미스 측은 “추가 증자는 없다”며 주주들을 달랬지만, 지난해 12월 또다시 2861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투자자들을 기만했다.
두 번째 유상증자 계획 발표일이었던 지난해 10월 17일, 5만2200원이었던 주가는 하루 만에 3만750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김 대표는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주주들의 분노를 키웠다.
김 대표는 유상증자 결정 시점인 지난해 9월 24일, 장남 홍근 씨에게 증여하기로 했던 주식 100만(3.74%)주에 대한 증여도 취소했다. 2019년 10월 홍근씨에 대한 주식증여를 취소한 데 이어 두 번이나 증여 계획을 어겼다.
◇개미 돈 끌어모아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오너일가는 자회사 지분 보유
특히 헬릭스미스는 유상증자로 끌어모은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고위험 금융상품에 쏟아부었고, 약 35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헬릭스미스는 증자 당시 “조달금은 국내 1금융권의 안정성 높은 금융상품에 예치하겠다”고 했지만 무려 1413억원을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2016년부터 헬릭스미스가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2643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고위험 사모펀드 투자 공시 이후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1만8500원까지 떨어졌다. 헬릭스미스 측은 “저금리 환경에서 보유 현금을 고위험 고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과 부동산 등 대체 투자 자산에 주로 투자하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주주 신뢰는 이미 바닥을 쳤다.
김 대표와 그의 아들이 스핀오프 자회사의 지분을 가져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회사 뉴로마이언의 최대주주는 헬릭스미스(58.08%)이지만 2대주주와 3대주주는 김 대표와 홍근씨다. 김 대표와 홍근씨는 카텍셀의 지분도 각각 13.76%, 10.88%씩 보유했다.
오너일가의 자회사 설립 및 지분 참여에 대한 배임 주장이 나오자 헬릭스미스는 뉴로마이언을 청산하겠다며 한발 물러난 상태다. 오너일가와 경영진 등이 보유한 카텍셀 지분 47.4%도 헬릭스미스에 넘어갔다.
◇공개토론회에 엇갈린 주주 반응...오해풀자더니 경찰에 누리꾼 고소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김 대표는 지난 3월 주총에서 “엔젠시스의 임상 3-2상의 성공하지 못할 경우 보유주식 전량을 회사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임상 성공 이후엔 주가를 10만원까지 회복하겠다며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또 지난 3일에는 “대화로 오해를 풀겠다”며 주주들을 회사로 초대했다. 김 대표는 이번 주주토론회에서 “엔젠시스의 DPN 3-2상, ALS 2상, CMT 1/2a상 등 임상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헬릭스미스가 누리꾼 2명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주주들의 공분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피고소인들이 “회사에 검은 세력이 붙어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입장이지만, 주주들은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피고소인 A씨는 “회사는 ‘운영자금 1000억,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으니 돈 내놔’라고 올린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운영자금 1038억원이 공개돼 있다”며 “이게 어떻게 명예훼손이 되는지 김 대표는 추가조사에서 밝혀야 하고 무혐의가 나온다면 무고죄로 역고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허위사실 유포로 회사와 주주에 해를 입힌 특정 누리꾼들을 고소한 것”이라며 “회사는 피고소인들을 주주로 보지 않으며, 공개토론회도 이들이 유포한 내용이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아 비대위 측에 회사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헬릭스미스는 비대위 측이 주장하는 ‘임상중단’은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임상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고, 임상에 문제가 있었다면 국제학술지가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임상 지연의 원인도 회사 책임이 아닌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이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엔젠시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DPN)에 대한 미국 임상 3-2상에서 첫 환자의 6개월간 치료 및 관찰을 완료했다”며 “임상 3상(3-1, 3-1b)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임상 3상(3-2, 3-2b)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헬릭스미스는 3-2상 152명 환자의 6개월 치료 및 관찰을 마치는 2022년 중순 이후 주요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소액주주, 김 대표 해임 위한 임시주총 소집...우호지분 38% 확보
헬릭스미스 소액주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김 대표를 비롯한 이사진 해임과 민형사상 소송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38% 가량의 위임장을 확보한 비대위는 다음달 14일 임시주총을 소집할 예정이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유능하고 도덕적인 글로벌 임상·금융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헬릭스미스와 소액주주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일단 소액주주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모양새다. 현재 김 대표의 지분율은 5.21%,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다 합쳐도 7.26%에 불과하다. 반면 소액주주(지난해 말 기준)는 6만5168명으로, 전체 지분의 89.7%을 차지한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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