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위, 카카오손해보험 예비허가 승인카카오손보, 실생활 미니보험이 중점 사업비대면 판매 90% 이상···자동차보험은 안해업계 “비대면 영업 한계”vs“플랫폼 힘 막강”
금융위원회는 9일 제11차 정례회의를 열어 카카오페이에 대한 보험업 예비허가를 의결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29일 금융위에 ‘카카오손해보험 주식회사’ 설립 예비허가를 신청했다. 카카오손보는 6개월 이내에 허가요건인 자본금 출자, 인력 채용 및 설비 구축을 완료한 뒤 본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 과정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올해 연말께 본허가를 받아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손보가 금융위에 제출한 주요 사업계획에는 ▲일상생활 보장사각지대 해소 상품 개발(동호회·휴대폰파손·어린이·대리기사·바이크보험·커머스반송보험 등) ▲간편한 가입과 청구 ▲인공지능 활용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심사 ▲카카오플랫폼을 활용한 상담 서비스 제공 ▲인공지능 챗봇을 활용한 항시 민원 대응 등이 담겼다.
카카오손보가 영위할 것으로 예상됐던 자동차보험은 사업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플랫폼을 기반한 실생활 미니보험이 주요 사업이며 자동차보험은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장기보험 등 규모가 큰 보험상품 역시 계획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손보가 출시할 예정인 미니보험은 저렴한 보험료로 실생활에 필요한 보장이 담긴 상품을 말한다. 손해보험 업계에서 미니보험 시장은 개개인에게 꼭 필요한 보장과 합리적인 보험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또한 카카오손보는 대부분 보험 상품을 비대면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카카오손보는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우편·컴퓨터통신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자금 역시 충분히다. 지난 9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에 따라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요건이 20억원으로 줄어든 것을 고려할 때 카카오손보의 자본금(1000억원·카카오페이 60%·카카오40%)은 기준치를 훌쩍 넘었다. 이에 카카오페이는 출범 이후 타 손보사 합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카카오손보가 제시한 사업보고서가 자금 요건,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경영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카카오그룹이 가진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을 연계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는 동시에 보험 산업 경쟁 및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2월 보험업 경쟁도 평가에서 ‘집중시장’으로 분류돼 경쟁 촉진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은 일반손해보험 시장에 메기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MZ세대에 친숙한 대형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빅데크 기업이 보험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카카오페이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국내 2호)를 설립한지 3년만에 순사용자수 1300만 명을 달성한 성장세를 고려할 때 대형 플랫폼 기업이 가진 영향력은 막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17년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는 20조원(추정치) 이상으로, 시총 1위인 KB금융지주, 2위인 신한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카카오손보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기존 업계 관계자들은 비대면 방식 영업의 한계와 미니보험의 낮은 사업성이 카카오손보가 넘어야할 산이라고 말했다.
A손해보험 관계자는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의 영향력이 얼만큼일지 가늠할 순 없지만 기존 보험사가 가진 영업망을 위협할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며 “보험업계 특성상 비대면 방식으로는 단위가 큰 보험을 판매하기 힘들고 이는 곧 사업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카카오손보의 중점 사업인 미니보험 시장이 미약하다는 점도 부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었다.
앞서 디지털보험사로 출범한 캐론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랫닛은 수년째 적자다. 보험기간 1년·보험금 5000만원 이하로 제한되는 미니보험의 특성상 박리다매가 필수다. 기준은 5000만원 이하이지만 실제 시판되는 미니보험의 보험료는 만원대에 불과하다. 원데이 펫보험, 스키보험 등 기발한 상품 출시에도 디지털 보험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게다가 소액단기보험사라도 준법감시인, 선임계리사 등을 의무적으로 둬야 하며 상품 심사를 책임질 수 있는 전문인력도 갖춰야 한다. 보안은 물론대주주 요건상 결격사유도 없어야 하는 데다 지급여력비율 100% 요건도 의무다. 아직까지 의무는 많고 사업성은 낮은 구조인 셈이다.
그럼에도 카카오페이 손보사를 향한 긍정적인 시선은 유효하다.
일각에선 카카오손보가 출범하면 기존 보험사가 내놓은 디지털 보험인 캐롯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고객층을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기존 보험사가 가지지 못한 대형 플랫폼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 지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보험 비즈니스 모델인 P2P 개념은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비대면 문화와 맞물려 확대될 것”며 “특히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이 2~3년만에 기존 결제 시장을 장악했던 전례를 봤을 때 기존 보험사들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