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호남 중견건설 중흥 KDB인베 “공정성을 위해 다른 제안자에도 수정을 제안”“거래 신속·확실성, 대우건설 성장과 안정 경영 등 고려”유례없는 재입찰 논란+중흥 1차 제시가比 2000억 깎아대우건설 노조 “졸속 주범 이대현, 본인 변명 위해 자리”
“졸속매각의 주범 이대현(대표이사)이 본인 변명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 지부)
중흥건설 몰아주기라는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 매각작업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추진하면서 비판에 직면했다. KDB인베스트먼트측은 법과 원칙을 지킨 매각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매각과장 재입찰이나 다름없는 가격 재조정이 이뤄진데다 중흥건설이 1차로 써낸 가격 2조3000억원보다 매각 금액이 낮아졌기 때문에 특혜시비가 불보듯하기 때문. 중흥건설의 대항마였던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소송에 나서는 등 추가적인 법적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가 호남 기반 건설업체인 중흥건설 컨소시엄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발표했다.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연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및 예비협상대상자 선정은 매각대금, 거래의 신속·확실성, 대우건설의 성장과 안정적 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은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흥컨소시엄은 대우건설 인수가격으로 2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KDB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율은 50.75%다. DS네트웍스가 제시한 1조8000억원에 가깝다. 중흥과 5000억원 차이가 나는 금액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대우건설의 매각 실패와 이후 비공식적으로 인수를 타진했던 많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사례를 감안해 투자자들의 진정성을 최대한 확인하고 대우건설의 영업과 임직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뒀다는 설명이다. 매각 절차에서는 ▲매각대금 극대화 ▲거래종결의 확실성 ▲신속한 거래완료 ▲공정한 절차 진행의 원칙을 적용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투자제안서가 접수된 후 29일 제안자 가운데 한쪽이 조건 수정을 요청했고 이는 당초 입찰 안내서에 기재된 매수자의 선택적 권리 행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중흥컨소시엄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조건 재협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중흥건설에만 기회를 주면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어 DS컨소시엄 측에도 수정 기회를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인수업체의 매각가 하향 조정 요청에 따른 것으로, 국민 혈세가 투입된 만큼 매각가격을 최대한 높여야 하는 최대주주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배임 등 논란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매각주관사인 KDB인베스트먼트는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지만 당장 대우건설 노조는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산업은행이 배임을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 중흥건설이 본입찰에서 써낸 2조3000억원에 대우건설을 매각했더라도 3조 3000억원에 매입한 산업은행 입장에선 1조원 가량 손해본 금액이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KDB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서 이번만큼은 매각 성사를 이뤄내 새 주인을 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8년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가 불발된 바 있다.
실제로 이 대표는 2018년 1월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가 해외사업 부실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한 호반건설 사례를 의식한 발언도 했다. 그는 “호반건설에 의해 M&A가 성사 안된 아픈 실패 경험이 있어 진정한 의지를 갖고 끝까지 갈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중흥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지만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우건설 매각 관련 각종 의혹으로 업계와 시장이 여전히 어수선힌 상황이라서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대우건설 매각과정 관련 졸속, 특혜매각 의혹을 수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한다고 하니,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특혜매각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국가자산 매각을 이리도 졸속으로 진행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 위원장은 “KDBI는 초단기간에 본입찰을 강행하는 비상식적 행보를 자행해 두 개 업체만이 참여하는 졸속매각을 자행했다”며 “최초 입찰 1주일 만에 중흥건설이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한다는 상식 밖의 결정은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특혜매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KDB인베스트먼트는 향후 매각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신속히 마무리함으로써 대우건설이 조속한 경영 안정화는 물론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구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대우건설이 지난 20여년 동안 소위 주인 없는 회사로 지내왔고 진짜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야말로 대우건설 관련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되고 시급한 과제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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