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심각한 점은 따로 있다. 연초만 해도 단순히 '썰'로만 나왔던 대우건설 매각이 예상외로 급속도록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대우건설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 주관사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를 선정한 이후의 대략적인 일정은 6월 예비입찰, 8월 본입찰이었는데 최근의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가 가격을 더 많이 써낸 중흥건설로 벌써부터 정해진 듯 하다. 가격만 맞으면 대우건설이 누구에게 팔리든 상관없다는 식이냐는 게 대우건설 노조가 가장 염려했던 부분인데 이미 분위기는 그들이 염려했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업노조 측에 따르면 통상 M&A(입수합병) 과정은 입찰공고→예비입찰→본입찰→우선협상대상 선정 등의 과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입찰공고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3년 전(2018년) 호반건설 때도 마찬가지였었고 심하게는 대우건설 내부 직원들 중에서는 매각 자체가 진행되는지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노조가 대우건설 인수 과정을 두고 ‘밀실 매각’, ‘졸속 매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대우건설 재입찰’ 논란이라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이는 (만일 우협 선정자로 됐다면)중흥건설에게 무례한 일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정작 당사자인 인수후보 2곳을 포함해 산업은행·KDB인베스트먼트조차 갑작스런 소식에 얼떨떨한 반응이다. 특히 최고가를 써낸 중흥건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이자 이번 논란의 중점에 선 KDB인베스트먼트는 늘 그렇듯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우건설 재입찰 논란과 관련 이례적이고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 그래도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과거 호반건설 인수 시도 때와 마찬가지로 반발감이 새어나오고 있다. 자기네들보다 덩치가 작은 회사에 인수된 것 자체가 불만인데 그 매각 과정마저 이상한 헤프닝이 벌어지는 등 벌써부터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또 이번 인수가 성사된다고 해도 통합작업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이후 조직 장악에 쩔쩔맨 일화는 유명하다. 새 주인이 누가됐든 간에 조직 장악력 부분에 있어 큰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또 인수 후보자들 모두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을 준비하며 실탄을 확보했을 가능성은 크지만 적지 않은 인수액인 만큼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승자의 저주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우건설 내부적으로는 인수 후 그 다음에는 현재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는 사업부를 따로 떼서 통으로 매각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그리고 그 후의 문제도 어느 정도 예측해야할 것이다.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주주라면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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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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