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순수전기차 EQC, 월평균 50여대 판매가격부담·짧은 주행거리·리콜논란 ‘업친데덥친격’출시 1년 안돼 상품성 개선 모델, 실적 저조 여전이달 출시 콤팩트 SUV ‘EQA’도 상품성 실종 우려업계 “비교적 후발주자, 기술력 미성숙 마음만 급해”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벤츠의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QC는 2019년 11월 국내 출시된 이후 지난달까지 969대가 판매됐다. 월평균 고작 53대 팔린 수준이다.
수입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가 월평균 2000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린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한 실적이다.
GLC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EQC는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라는 점에서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벤츠도 내연기관차 종말이 도래하는 만큼, EQC를 필두로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1억원이 넘는 부담스러운 가격대에도 불구, 제품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EQC는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최대 309km에 불과했다. 기온이 떨어져 영하의 날씨가 되면, 주행거리가 150km까지 떨어진다는 점도 악영향을 끼쳤다.
다른 수입차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도 주행거리는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수입 전기 SUV 경쟁모델이던 테슬라 모델X는 1회 충전으로 468km를, 재규어의 i페이스는 333km를 달렸다.
잇따른 리콜 이슈도 시장 안착을 방해했다. EQC는 출시 직전 운전석 에어백 모듈에서 너트 체결 불량이 발견되면서 리콜을 실시했다. 출시 직후에도 앞축 전동장치의 내구성 부족에 따른 파손 가능성이 발견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소비자 외면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글로벌 전역에서 EQC의 판매실적은 부진했고, 결국 벤츠 모기업 다임러는 지난해 EQC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2만5000대에서 7000대로 70% 넘게 축소했다.
벤츠코리아는 상황 반전을 위해 약 9개월 만에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놨고, 가격을 9550만원으로 1000만원 가량 낮췄다. 정부 보조금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기존보다 최대 2000만원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판매가격이 6000만원 이하일 경우 보조금의 100%, 6000만~9000만원일 경우 50%를 지급한다. 1억원이 넘으면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식변경 신모델 효과로 한 자릿수이던 판매대수는 두 자릿수까지 확대됐다. 지난 4월에는 137대 판매로 월별 기준 최다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벤츠가 공언한 ‘친환경 모빌리티 선도기업’이 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벤츠코리아는 이달 콤팩트 전기 SUV인 ‘EQA’ 출시를 앞두고 있다. 벤츠가 지난 1월 세계 최초 공개한 EQA는 GLA를 기반으로 한다. 가격은 5990만원으로 책정됐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받는다면, 4000만원 후반대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주행거리 논란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EQA는 1회 완충 시 WLTP 기준 426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유럽 기준인 만큼, 국내 기준으로 환산하면 306km에 그친다.
전작인 EQC보다도 주행거리가 더 적은 것은 것이다. 또 경쟁 차종인 테슬라 ‘모델Y’나 현대차 ‘아이오닉5’의 주행거리보다 120~200km 짧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비교적 시장 후발주자인 벤츠가 전기차 비전을 무리하게 제시한데 따른 부작용이라고 풀이한다. 기술력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인 만큼, 시장 기대치를 맞추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벤츠코리아는 EQA에 이어 올 연말 대형 전기 SUV인 ‘EQS’도 출시할 계획이다. WLTP 기준 주행거리는 770km로, 국내 환경부에서 인정받는 주행거리는 500km 중반일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벤츠 전기차의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며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판매 1위를 유지하던 벤츠코리아가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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