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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마이데이터’로 쌓인 감정···‘대환대출’로 폭발

금융 은행

[금융권-빅테크 정면충돌①]‘마이데이터’로 쌓인 감정···‘대환대출’로 폭발

등록 2021.07.16 13:01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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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대출 플랫폼, 마이데이터 갈등 고조금융권은 ‘빅테크 중심’ 정책 방향에 불만 빅테크 “지나친 해석···변화 따라야” 반박연이은 충돌에 금융발전 제동···타협 필요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시대적 흐름이냐. 기울어진 운동장이냐”

디지털 금융 시대의 동반자인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변화에 맞춰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이해를 앞세워 연일 충돌하면서다. 빅테크 진영에선 금융권의 견제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융권은 빅테크가 필요 이상의 특혜를 누린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앙금을 쌓아가는 모양새다.

◇누구를 위한 대환대출 플랫폼?=진정되는 듯 했던 금융권과 빅테크의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대환대출 플랫폼’이다. 금융당국이 법정최저금리 인하와 맞물려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중은행이 참여에 난색을 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당국이 구상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은 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를 한 눈에 비교하고 번거로운 절차 없이 금리가 낮은 쪽으로 갈아타도록 돕는 서비스다. 토스 등의 ‘금리비교 플랫폼’을 금융결제원 대환대출 인프라와 연결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제대로 구축된다면 소비자는 영업점 방문 없이 앱을 활용해 금리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도 시중은행이 못마땅해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카카오페이나 토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이 빅테크에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빅테크가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데다, 입점을 확정지으면 은행은 상품을 제공하는 역할에 머무르면서 일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란 진단에서다.

빅테크에 지불해야 하는 높은 중개수수료도 문제라고 은행 측은 지적한다. 통상 제1 금융권은 0.2~0.6%, 제2 금융권은 1~2%를 대출 중개수수료로 내고 있는데, 일부 빅테크는 해당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받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를 놓고는 빅테크 측 반론도 만만찮다. 은행 역시 신규 소비자를 늘리고 대출까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만큼 결코 손해만 보는 비즈니스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수수료에 대해선 협상을 거쳐 낮출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일단 당국이 사업의 취지를 내세워 중재에 나섰지만 은행 측은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않아 플랫폼 정식 출범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또 빅테크 때문”···은행, 마이데이터 연기에 ‘불편’=금융권과 빅테크는 마이데이터를 놓고도 악감정을 쌓고 있다. 준비 과정부터 데이터 활용 범위를 놓고 논쟁을 벌이던 양측의 불편한 관계가 사업 시행을 앞둔 지금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의무화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표면적으로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이면엔 빅테크의 요구를 받아들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당초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8월4일부터 소비자 정보 수집 시 스크래핑을 중단하고 API 시스템만을 활용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빅테크 측은 이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코로나19 국면으로 IT개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력 수급이 어려웠고 자연스럽게 시스템 구축도 미뤄졌다는 이유였다.

현재 당국은 API 의무화 유예 여부를 검토 중이다. 그 시기를 차등적으로 유예할지, 업권간 형평성을 고려해 일괄적으로 유예할지는 가이드라인 개정 시 안내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물론 인프라와 자금력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자신들은 8월을 목표로 준비를 마쳤는데 빅테크로 인해 서비스가 지연됐다는 인식이 짙다. 덧붙여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재차 빅테크의 손을 들어준 데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동일업종 동일규제 원칙 지켜야”=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공방도 현재 진행형이다. 디지털화에 발맞춰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정부와 특혜라는 금융사의 입장차로 시작한 갈등이 금융사와 빅테크의 여론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은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과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라이선스 도입, 대금결제업자 후불결제업무(소액) 허용, 빅테크 관리감독체계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빅테크가 소비자와 금융 거래를 할 때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외부 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 중 금융권이 문제 삼는 대목은 법안 내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라이선스 도입 조항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도 계좌를 발급하고 자금 이체, 카드대금·보험료 납부 등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데 반발하고 있다.

논리는 이렇다. 빅테크가 사실상 여·수신업을 영위하게 되면서도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게 금융권 측 견해다. 동시에 지역자금의 역외유출로 지역경제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빅테크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당연히 빅테크 측 입장은 다르다. 소비자의 예탁금을 마음대로 운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종합지급결제사업과 여수신업엔 분명 차이가 있을뿐더러, 전금법 개정으로 외부청산 의무화 등 빅테크 규제가 강화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이들은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과 빅테크가 얼굴을 붉히는 것은 금융산업이 디지털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하지만 핵심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치는 것은 금융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소비자에게도 피로감을 안기는 만큼 적절한 부분에서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유 영역을 지키려는 금융업과 새로운 분야로 뻗어나가려는 빅테크의 서로 다른 입장은 공감하지만 잦은 갈등으로 제도 개선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며 “금융업 특성과 트렌드의 흐름을 균형 있게 고려해 현안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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