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대출 플랫폼 준비 단계···시중 은행 전전긍긍“핀테크가 챙기는 수수료 커···소비자 혜택 없을 것”“다른 은행도 KB·NH와 입장 같지만 눈치 보는 중”은행연합회 주도 대안 플랫폼은 당국 ‘승인’ 있어야
이 가운데 한쪽에선 은행연합회 주도의 대환대출 플랫폼 설립이 금융 당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 금융위와 시중 은행 사이 만만찮은 진통이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 금융위가 추진하는 ‘비대면·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에참여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지난 6일 시중 은행 관계자를 모아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관련 간담회를 열었는데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 이 자리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금융위 주도로 모인 자리에서 대다수 시중 은행은 대놓고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말 그대로 못한 것이지 핀테크 업체만 유리한 이런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환영할 이유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금융위가 구상하는 비대면 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은 모바일 앱에서 대출 금리를 한눈에 비교한 뒤 별도의 방문이나 서류 제출 없이 금리가 낮은 곳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위는 토스 등이 운영하는 금리 비교 플랫폼을 금융결제원 대환대출 인프라와 연결하는 것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대출 이용 소비자의 금리를 손쉽게 낮춰 부담을 줄이겠다는 궁극적 목표로 이어진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을 비롯한 시중 은행 모두 이런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금융위가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이 서비스를 추진하는 게 문제다. 시중 은행에선 오히려 금리 경쟁이 치열해져 소비자 실익도 없을뿐더러 핀테크 업체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시중 은행이 핀테크 업체에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대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가 없고 금융 당국은 시중 은행을 핀테크 업체 하청 업체로밖에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강한 발언도 나온다.
이를테면 대출 고객이 네이버와 카카오페이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대출 상품을 선택하면 수수료를 시중 은행이 지급해야 하는데 이 금액이 결국은 소비자에 전가돼 ‘선한 취지’가 퇴색될 것이란 분석이다. 시중 은행 입장에서는 결국 수수료를 반영해 대출 금리를 책정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핀테크 업체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큰 이득을 얻지 못하고 시중 은행은 과다 경쟁에 내몰린다는 뜻이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결과적으론 핀테크 업체만 고객 데이터 활용이나 여러 이득을 취하고 장기적으론 고객 입장에서도 대출 금리 인하 체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져서 대출 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생각은 길게 내다보지 않고 오히려 짧게 보는 것이고 수수료 문제부터 획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중 은행들이 가만히 손 놓고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금융위 주도의 대환대출 플랫폼 시작 단계부터 경고등이 짙게 켜진 상태다. 당장 시중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은행연합회 회원 금융기관 금리비교·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핀테크 플랫폼에 기대지 않고 은행들이 따로 플랫폼을 만들어 낮은 수수료를 축으로 금리비교와 대환대출을 소비자에 직접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서도 걸림돌은 금융 당국 ‘허락’이 있어야 플랫폼 구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인데 아직 당국의 확답은 나오지 않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플랫폼 구축과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금융 당국 승인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때문에 시중 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선 금융위가 주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어떻게든 결정이 나와야 은행연합회가 만들려는 플랫폼도 허락받을 수 있을 것이란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은행연합회 주도로 플랫폼 만드는 것을 허락하려면 결국 금융위 주도 플랫폼 개설이 없던 일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시중 은행 입장에선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수수료 이슈는 조율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며 “여러 얘기를 듣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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