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후보들이 앞 다퉈 쏟아내는 공약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검증과 함께 후보 본인은 물론 배우자, 자녀 등 가족의 이력과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여권 지지율 1위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과 야권 지지율 1위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장모 관련 의혹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17년 3월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는 대선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 필요성을 높였다. 이후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앞세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 실패와 검찰개혁을 둘러싼 잡음 등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검증 눈높이는 더욱 높아졌다.
그렇다면 청렴성과 도덕성보다는 업무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 최고경영진에 대한 검증은 어떨까.
여기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소재·부품 기업 최고인사책임자(CHO) 박 모 전무가 있다.
박 전무는 지난 2013~2015년 전 직장에 인사 담당 상무로 재직하면서 신입사원 모집에 지원한 임원 자녀 등을 부정 합격시켜 회사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무와 전 직장 관계자 7명은 이른바 ‘관리대상자’에 해당하는 응시자 2명이 각각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에서 불합격하자 결과를 합격으로 바꾸고 최종 합격시켰다.
박 전무의 전 직장은 LG그룹의 핵심 계열사 LG전자이고, 현 직장은 LG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그는 2017월 12월 단행된 LG그룹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고, 2019년 12월 현재의 계열사로 이동해 계속해서 인사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인사 담당 책임자로서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이가 회사만 옮겨 같은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박 전무가 계열사를 이동한 것은 지난해 5월 경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지기 전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박 전무의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직 1심 판결에 불과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현재 박 전무가 재직 중인 계열사에서는 그의 혐의는 LG전자 재직 당시에 있었던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과연 채용비리 혐의로 실형을 겨우 모면한 이가 계속해서 기업의 인사를 좌지우지 할 자격이 있을까.
박 전무가 몸담고 있는 계열사는 지난달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모든 임직원은 채용, 승진, 보상, 교육, 퇴직에 이르기까지 성별, 종교, 인종, 연령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으며, 개인 능력에 따라 모든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계열사는 최근 잡코리아가 실시한 대학생 취업 선호 기업 조사에서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 9위에 오른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과연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기업의 인사 담당 책임자가 채용비리 혐의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또는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이 합격 여부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지 의문이다.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의 인사를 총괄하는 CHO.
청년들을 대신해 LG와 문제의 당사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을 중시한다는 ‘인화(人和) LG’의 현 주소와 CHO의 자격에 대해서 말이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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