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목표액에 8조7951억원 남아은행들 신규·상환 따져가며 관리 총력급증 원인 전세자금대출 해법 ‘물음표’은행 압박·정부보증액 축소 방안 거론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1조568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31조4141억원(4.69%) 늘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은 105조2127억원에서 120조7251억원으로 14.74% 급증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3조5068억원 불어나면서 올해 금융당국 관리 목표액인 710조3631억원(6% 기준)에 대입하면 8조7951억원의 대출 가능 잔액이 남은 상태다.
이렇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다가오는 11월이면 목표치를 꽉 채워 시중은행의 대출문이 아예 닫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야 하는 은행들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가계대출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운 가운데 일부 집단대출 상환을 따져보며 수치 분석에 한창이다.
은행별로 가계대출 증가율은 ▲NH농협은행 7.4% ▲하나은행 5.04% ▲KB국민은행 4.37% ▲우리은행 3.9% ▲신한은행 2.83% 순서다.
이미 금융당국 관리 목표치를 뛰어넘은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 이후부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신규 담보 대출을 막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상승하며 관리에 나섰다. 우리은행도 이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줄이고 전세대출 상품 우대금리 항목을 축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같은 추세로 단순 계산하면 11월이면 목표치가 꽉 들어찰 것이란 얘기가 있다”면서 “어떻게든 연말까진 대출 중단이 없도록 하는 것을 최선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도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KB국민은행은 전세자금대출과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15%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도 전세자금대출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가계부채 저승사자’로 불리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입’을 주목하는 시선도 덩달아 늘고 있다. 고 위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9월 가계대출 동향을 감안해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지난 10일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상견례 이후 취재진과 만나서도 “가계부채에 대해 다들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증가율을 6% 선에서 관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고 위원장은 “전세 대출 관련해서는 실수요 위주로 볼 것”이라고 물러섰다. 그 가운데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 실수요 전세대출인 것으로 나타나 고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졌다는 해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아예 금융당국이 은행의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하도록 압박하면서 고가 전세 등에 정부 보증 가능액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세대출은 은행이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서울보증보험 등 금융공기관 보증을 받아 자금을 내주고 있는데 이를 줄일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집값 상승에 따른 전셋값 상승으로 대출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데다가 가을 이사 철까지 겹치면서 금융당국이 이를 돌파할 묘수를 내놓기 쉽지 않다는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따로 전세자금 대출 관련 지침을 받거나 한 것은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방침이 확고해 은행 자체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이에 따르기 위한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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