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계부채 증가율 내년엔 4% 목표”시중은행은 매월 증가율 보고하며 ‘관리 올인’“빚투·영끌 단어와 암묵적 거리두기 이행 중”
금융당국은 현재 이 증가율을 ‘5~6%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시중은행에 제시하고 있는데 내년엔 ‘4% 수준’의 강화 방침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도 이 제한선을 현시점에 적용하면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비율은 이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중은행 전반의 대출 관리는 더욱 보수적일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23일 은행 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대비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율은 ▲농협은행(7.1%) ▲하나은행(4.4%) ▲우리은행(2.9%) ▲국민은행(2.6%) ▲신한은행(2.2%) 순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시중은행들에게 올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이 5~6% 수준을 유지하도록 제시했다. 농협은행이 오는 24일부터 11월말까지 신규 가계대출 전면 중단에 돌입한 것도 이 수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전제자금대출 3분기 한도 소진을 이유로 이를 다음 달 말까지 제한적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도 일부 담보 대출 취급 중단으로 사전 관리에 착수했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제1차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TF’를 열고 가계부채 억제에 총력전을 예고했다.
이날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가계부채가 금리상승기에 가계부담 증가를 초래하고 소비를 위축시킨다”며 “내년에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4%대 수준으로 관리할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현재 통계이긴 해도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4.4%는 금융당국이 내건 내년 목표 ‘4% 수준’을 이미 뛰어넘은 셈이다.
하나은행은 가까운 시일 내에 회수할 수 있는 대출과 향후 늘어날 수 있는 대출을 따져보며 비율 조정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부터 시중은행들에게 매월 대출관리 계획을 보고하라고 통보한 터라 가계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하나은행을 더욱 주시하고 있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출 중단 등의 계획은 없다”면서도 “매월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수립해 관리하고 있으며 현재 계획대로 이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중은행 전반의 대출 옥죄기는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전반적으로 더는 가계대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을 하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움직임이 있다”며 “빚투나 영끌 같은 단어와 연결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는 분위기도 이미 몇 달 전부터 깔려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 단죄는 지난해 말부터 시동을 걸어 올 상반기에 정점을 찍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 4월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 2021~2023년 중기관리계획’에서 올해 하반기에 은행권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 도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다가올 4분기에 시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주된 내용은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수준을 고려해 최대 1년의 기한 내에 최대 2.5% 비율의 추가자본을 적립하도록 의무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위험 수준에 따른 은행별 차등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단순히 가계대출 비율을 지키는 수준에서 나아가 확실하게 안정적인 수치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과 우리은행이 대출중단을 발표한 순간 내부에서도 놀라움과 함께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일단은 지금의 관리에 집중해야 하지 시중은행 전반의 풍선효과나 대출 제한 도미노 현상 같은 것을 개별 은행이 따질 타이밍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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