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림그룹 부당지원·사익편취 49억원 과징금하림지주 지배하는 ‘올품’ 아들 김준영에 넘겨주고계열사가 올품 지원하도록 해 경제상 이익 제공 적발
공정위는 27일 하림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올품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억4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원을 받은 올품에게는 10억7900만원의 과징금이, 올품을 지원한 팜스코, 선진, 제일사료, 하림지주,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 등 8개사는 총 38억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하림은 이전부터 김홍국 회장 장남인 김준영 씨에 대한 승계 작업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 회장이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사 설립을 통해 김준영씨에 대한 승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하림그룹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2017년부터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승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림은 그룹 차원에서 2010년 8월부터 경영권 승계 방안으로 김홍국 회장이 김준영 씨에게 지분이 아닌 법인을 증여하는 방법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가 공개한 하림 그룹본부의 ‘회장님 보고자료 한국썸벧 및 지분이동’ 보고서 일부 발췌에 따르면 “K소유 법인(한국썸벧)에 증여하는 것이 미성년자인 아들에 증여하는 것보다 과세 당국의 관심을 덜 유발시킬 수 있다”고 적혀 있다. K는 김홍국 회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김 회장이 자신이 소유한 법인인 한국썸벧(현 한국인베스트먼트)을 아들에게 증여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고한 것이다.
당시 김홍국 회장은 한국썹벧판매(현 올품)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한국썸벧판매가 다시 한국썸벧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썸벧은 하림 지주의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썸벧이 보유한 하림지주 지분은 당시 김회장이 보유한 하리미주 지분(7.4%)보다 컸다. 김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하림지주의 지분을 직접 아들에게 증여하는 것이 아니라, 하림지주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썸벧 등 다른 계열사를 아들에게 넘겨 하림지주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실제 김 회장은 2012년 제일홀딩스를 중간지주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김준영 씨에게 한국썸벧판매(현 올품) 지분 100%를 넘기며 승계 작업을 본격화 했다. 김준영-한국썸벧판매-한국썸벧-하림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하고, 김씨를 하림지주의 실질적 주인으로 만든 것이다. 게다가 김준영 씨는 증여세를 자신이 보유한 자산으로 내지 않고, 올품의 유상감자를 진행해 1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해 납부한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
김 회장은 하림지주의 지분을 가진 한국썸벧판매를 아들에게 넘겼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이 한국썸벧판매를 지원하도록 한 혐의까지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 적발됐다. 계열사 일감을 아들 소유 회사에 몰아줘 회사의 덩치를 키워줬다는 혐의다.
한국썸벧판매, 즉 현 올품은 동물약품을 판매하는 법인인데, 팜스코,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 등 하림 계열 양돈농장들은 2012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5년간 이 올품을 통해서만 동물약품을 통합 구매했다. 또 선진, 제일사료, 팜스코 등 3개 계열 사료사들 역시 기능성 사료첨가제를 2012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올품을 통해 통합 구매해 ‘통행세’를 지불했다.
결국 김 회장은 아들 김준영 씨에게 하림그룹의 실질적 지배회사인 올품을 넘겨준 데다 계열사들이 올품에 일감을 몰아줘 기업가치를 부풀린 셈이다.
김준영씨는 김 회장의 장남으로 실질적 후계자로 꼽힌다. 1992년생으로 2018년 하림지주에 입사해 현재 과장 직급으로 일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4분기 김준영 씨가 대표로 있는 제이에이치제이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 회사는 비주거용 부동한 관리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김준영 씨가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하림그룹은 공정위 발표에 대해 “부당지원이 없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조사와 심의과정에서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매우 아쉽다”며 “공정위의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검토하여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림은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라는 제재 사유들에 대해 조사 및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림그룹은 계열사들이 동일인 2세가 지배하는 올품을 지원한 바가 없고, 통합구매 등을 통해 오히려 경영효율을 높이고 더 많은 이익을 얻었다는 점, 거래 가격은 거래 당사자들간의 협상을 거쳐 결정된 정상적인 가격이었다는 점 등을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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