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일가 의결권 행사 막히며 정족수 부족사내이사 3인 신규 선임 안건 모두 부결돼홍원식 등 사내이사 주총 참석도 안해 논란오후 긴급이사회 열고 향후 대책 논의 예정
이날 주주총회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3층에서 오전 9시 정각에 시작해 12분만인 9시12분에 폐회했다.
주총 의장은 이상우 사외이사가 맡았고 심호근 감사가 참석했다. 사내이사인 홍원식 회장, 이광범 대표, 홍 회장의 모친인 지송죽 여사,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전략기획본부장 상무는 모두 불참했다. 지난달 14일 임시주총에는 이들 오너일가는 불참했으나 이광범 대표가 의장으로서 참석한 바 있다.
남양유업은 이번 주총에서 김승언 수석본부장, 정재연 세종공장장, 이창원 나주공장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하고 이사진을 새롭게 꾸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주총은 정족수 부족으로 모든 안건이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일반 소액주주는 10명도 되지 않았다. 실제 남양유업 발행주식 중 자기주식과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제외한 의결권이 있는 주식 중 이번 임시주총에 참석하거나 위임장 제출을 통해 참석한 주식 총수는 10만2081주에 불과했다.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중 총 12%가 참석한 것이다.
이날 주총에서 모든 안건이 부결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한앤코19호 유한회사(한앤컴퍼니)가 홍 회장과 아내 이운경 고문, 손자 홍승의 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하면서 홍 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53%에 달한다.
다만 주총에서는 참석 주주들의 성토가 있었다. 이상우 의장이 1호 의안인 김승언 후보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상정한 후 “결의할 요건을 채우지 못해 주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하자 주주 A씨가 “매매계약 체결 이행은 안 하냐”고 질의했다.
이상우 의장이 “주총장에서 말씀드리고 답변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답변하자 A씨는 “주주로서 한 마디 해야할 것 같다”며 발언권을 얻어냈다. A씨는 “주주들은 주식을 매입할 때 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사지만 지금은 주주들은 물론 대리점주들도 너무 고통 받고 있다”며 “빨리 회사가 정상화 돼 주주로서의 권리를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 사내이사들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것을 놓고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A씨의 발언이 끝난 직후 이상우 의장이 총회 폐회 선언을 하고자 했으나 이번에는 다른 주주 B씨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민감한 사안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나 회사 입장에서의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고 발언했다.
이상우 의장은 이 질문에 대해 “주주로서 말씀하시는 뜻은 사외이사로 답변드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자 B씨는 “사내이사분들은 그럼 왜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한 회사 직원이 나서 “사내이사들이 사직 의사를 표명해 검토하고 있어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B씨는 “사직서를 냈고 그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냐, 아니면 사직서를 내는 것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이냐”하고 재차 물었다. 이 직원은 “사직서를 내는 것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B씨가 “그렇다면 이 자리에 나오셨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묻자 이 직원은 “개인적인 사유로 나오지 않으신 것이고 이사가 주총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것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주총을 마친 후 기자와 만난 또 다른 주주는 “100% 모든 계획을 다 이 자리에서 얘기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내이사들이 참석까지 안 할 줄은 몰랐다”며 “기본적으로 이 회사는 주식회사로서의 의무는 생각하지 않는 회사라고 느껴 실망했다”고 전했다.
한편 남양유업은 이날 주총에서 이사진 교체에 실패하면서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에 홍원석 남양유업 회장 등 오너일가의 참석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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