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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오너리스크’ 또다시 수면위로

남양유업 ‘오너리스크’ 또다시 수면위로

등록 2021.09.01 14:56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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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소유·경영 손 뗀다더니 출근 지속·매각 무산소송 장기화 진흙탕 싸움 우려 기업 이미지 개선 요원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2위 유업체 남양유업이 또 다시 ‘오너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다. 소유와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던 오너일가가 돌연 입장을 번복하며 소송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013년 ‘밀어내기 갑질’ 논란에 최근 ‘불가리스’ 사태까지 10년 가까이 훼손돼온 기업가치를 회복하는 것도 당분간 어려워지게 됐다.

1일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등에 따르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이날 계약 상대방인 한앤컴퍼니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말 거래종결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앤컴퍼니는 계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홍 회장은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맞서면서 장기간 소송에 돌입하게 됐다.

남양유업이 매각 계약을 두고 소송전에 휩싸이면서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매각 직전 ‘불가리스 사태’ 논란을 시작으로 매각 진행 과정에서의 잡음까지 3개월이 넘도록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홍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소유와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는 논란까지 나오며, 소비자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지난 4월 ‘불가리스 사태’에서 시작됐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13일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셀프 발표’로 논란이 됐다. 이 발표 직후 질병관리청과 전문가들로부터 ‘실험 결과를 과장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남양유업을 고발했고 세종시가 남양유업 제품 생산 40%를 담당하는 세종공장에 대해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까지 내렸다. 이미 밀어내기 갑질, 경쟁사 비방 논란, 과대광고 등 수년째 남양유업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됐던 만큼 소비자들의 비판이 특히 거셌다.

결국 홍원식 회장이 5월 4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 때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같은달 27일 한앤컴퍼니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하며 소유와 경영에서 모두 손을 뗐다.

그러나 홍 회장은 지난달 30일 당시 예정돼 있던 딜 클로징과 임시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하며 다시 회사를 논란으로 밀어넣었다. 시장에서는 그가 ‘헐값’으로 회사를 팔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변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당시에는 그가 무슨 이유에서 계약 이행을 미뤘는지에 대해 침묵했으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깨는 것 아니냐는 논란 자체가 남양유업에게 치명타였다.

게다가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한 것과 달리 계속 직위를 유지하며 출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논란은 더 커졌다. 심지어 그의 아들들이 복직 및 승진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직위 해제 됐던 장남 홍진석 상무는 매각 계약 전날인 5월 26일 이미 임원으로 복귀했고, 차남 홍범석 본부장도 같은날 상무로 승진했다. 이 때문에 홍 회장이 소유는 물론 경영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결국 홍 회장이 1일 한앤컴퍼니에 계약해제를 선언하며 남양유업의 위기는 최고조로 고조된 상태다. 그가 입장문을 통해 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해명했으나 이 마저도 ‘궁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 회장 측은 한앤컴퍼니가 ▲비밀유지의무 위배 ▲신뢰 훼손 ▲부당한 사전 경영 간섭 ▲사전 합의사항 이행 거부를 했다는 입장이나,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들 이유 대부분이 계약 파기까지 갈 사안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 신뢰다. 이번 논란을 거치며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더욱 바닥을 친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이미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로 경쟁사 비방, 과대광고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르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수년째 이어진 도덕성 논란에 타격을 입으며 지난해 매출액이 9489억원까지 주저 앉았고 771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1% 줄어들었고 적자는 350억원으로 확대됐다.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의 소송전이 길어질수록 진흙탕 싸움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회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문을태 남양유업 노조위원장은 “제품의 품질 같은 문제가 아니라 전혀 다른 문제로 회사에 부정적인 논란이 크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현재 논란에 대한 개선과 경영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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