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은 같은 전형인 쓰리백으로 나왔다. 움츠렸다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겸손한 작전이었다. 대구도 수비에 비중을 두는 듯했지만 홈에서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5분경 세징야의 공격을 전남이 파울로 저지했다. 에드가, 김진혁도 상대 진영을 휘저으며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24분경 코너킥을 얻었다. 장신 수비수까지 공격진에 가담해서 힘을 보탤즈음 전남의 황기욱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지켜보던 선심이 깃발을 들었다. VAR을 확인한 김종혁 주심의 손이 오른쪽 뒷주머니로 향했다. 레드카드였다. 홍정운이었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좋은 자리 선점을 위한 몸싸움과 폭력을 엄격하게 구분 짓는 주심의 재량을 탓할 순 없었다.
최악의 포지션에서 악재가 터졌다. 믿고 맡기는 센터백의 부재는 상상하기 싫은 구도였다. 우승팀의 첫 번째 조건이 단단한 수비진임을 고려할 때 잔여 시간이 너무 길었다.
걱정이 현실이 되는 데는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남 전력의 핵심인 정재희의 오른쪽 돌파를 막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팬들의 한숨이 채 끝나기 전에 세징야가 개인기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대팍이 들썩거렸다. 진동판이 요동을 쳤다. 2분 만에 한 골씩 주고받았다.
전반은 이대로 끝났으면 하던 인저리 타임에 어이없는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1대2로 전반을 마쳤다. 전력 누수만큼 실점했다. 후반 최소 동점을 기원했지만 공을 바닥에 팽개친 우리 선수들의 동요가 눈에 밟혔다.
후반 시작하면서 이용래와 츠바사를 기용하여 베테랑들의 관록에 승부를 걸었다. 10명 전형에 선수들이 적응할 때쯤 동점골이 터졌다. 정태욱이 살려낸 공을 에드가가 헤더 골을 만들었다. 대팍이 다시 한번 요동쳤다.
동점이 되자 다급해진 전남의 전경준 감독은 교체 카드로 승부를 걸었다. 박희성, 장성재 대신 발로텔리와 정호진을 투입하며 올렉을 2선으로 올렸다.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교체 선수들의 압박에 당황한 수비진의 걷어내기 헤더가 전진 배치된 올렉의 발밑으로 연결되며 슈퍼골을 허용했다.
홈팬들을 얼음으로 만들었다. 상대방 선수였지만 완벽한 골은 탄성을 나오게 만들었다. 다시 2대3으로 전남이 리드했다.
우리 선수들의 발이 무거워가던 후반 11분경 츠바사의 대시가 골로 연결되었다. 상대방 키퍼의 볼 처리 미숙이 행운이 되었다. 세 번째 동점을 만들었다. 홈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전남은 곧바로 이종호 대신 사무엘을 투입하여 공격력을 강화했다. 후반 30분경 교체 투입된 정호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필드 위 선수들의 숫자가 같아지면서 전남의 성가심은 반감되는 듯했다.
하지만 종료 10분 전 전남에는 아직 군인 정신이 남아있는 예비역 병장 정재희가 있었다. 우리 쪽 양쪽 윙백의 공격 횟수보다 혼자서 만든 기회가 더 많았던 정재희는 우리의 가슴에 비수를 꽂듯 결승골을 만들었다.
후반 종반 필드 위 선수들의 숫자는 같았지만 이미 뛴 거리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던 우리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달리고 넘어지며 몸을 사리지 않았지만 기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투혼은 홈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전남은 선제, 결승골을 모두 국내파들이 만들었지만 대구는 세 골 모두 용병들이 만드는 불균형을 보여주었다.
부상과 징계로 빠진 선수들의 공백이 표출된 경기였다. 시즌 내내 발을 맞추었던 세 선수의 공백만큼 경기에서 밀렸다. 우리를 괴롭혔던 옅은 선수층이 발목을 잡았다. 준우승이라는 큰 업적을 만들었지만 팬들의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도 많은 경기였다.
맡겨둔 우승컵은 없음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우승은 절박한 팀의 몫이었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팀의 리빌딩으로 옮겨갔다. 떠날 선수, 남을 선수, 그리고 누가 새롭게 합류할지 모든 것이 궁금해지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된다.
시즌 마지막 세 경기를 놓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리그 3위와 FA컵 준우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팬들을 기쁘게 한 팀과 선수들의 선전은 홈팬들의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2016년 승격 후 8-7-5-3위로 후퇴 없이 매년 단계를 높여온 순위는 대구 시민들에게도 힘과 용기를 주었다. 내년은 어떤 성적으로 우리를 기쁘게 할 지, 벌써 기대가 된다.
뉴스웨이 강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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