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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바람 잘 날 없는 건설공제조합

부동산 건설사

바람 잘 날 없는 건설공제조합

등록 2022.01.10 16:00

수정 2022.01.10 18:18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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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협·국토부 ‘이중 간섭’ 논란에 몸살 앓는 건설공제조합전임 이사장 돌연 사태로 협회의 경영권 침해 의혹 ‘가중’ 협회 사람 논란 박영빈 부회장 선임까지, 노조 격렬 반대협회 “공제조합운영위가 정식적인 공모 절차 거쳐 내정해” 국토부, 58년 만의 혁신이라며 공제조합 영업점 축소 시도올해 6월까지 10개로 축소키로···오는 3월 주총서 결정 예정 지점 축소로 불편함 가중 우려vs조직 슬림화해 운영비 절감

바람 잘 날 없는 건설공제조합 기사의 사진

“국무총리님! 정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건설공제조합 경영혁신안으로 고객과 직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를 제고해 주십시오.” <건설공제조합 지부장>

지난 6일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임인년 새해를 맞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2022 건설인 신년인사’를 개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부터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 등 굵직한 업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김상수 건설협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위기 속에 희망을 만드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나가자”라고 주문했다.

화려한 행사장 앞에는 건설공제조합 노조 관계자들이 시위를 했다. 그야말로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대한건설협회로 인해 경영 환경이 여전히 불확실해 지고, 위기를 맞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다. 작년부터는 국토교통부가 공제조합 상대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하겠다고 선언해 공제조합은 현재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건설협회와 공제조합과의 갈등의 불씨가 터진 것은 공제조합의 전임 이사장을 맡았던 최영묵 전임 이사장의 돌연 사퇴로 표면화 됐다고 볼 수 있다.

◇최영묵 이사장의 돌연 사퇴로 협회vs공제조합 갈등 재조명 =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최 전 이사장의 임기는 원래대로라면 작년 10월에 종료된 것이었으나, 후임 이사장 선임까지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건설협회에서 인사권 침해 등 경영간섭을 시도하자 이에 반발해 조기 퇴진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최 전 이사장은 지난달 사내 전산망을 통해 “경영권의 핵심은 인사권이고, 인사권의 최후 보루는 채용인데 기본적인 경영권마저 침해당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의 사의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당시 공제조합은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내고 인력 충원을 진행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김상수 협회장이 이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했으며, 이는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는 판단 아래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임원 선임의 경우 공제조합이 운영위원회에 보고해 진행하지만, 그 외 직원에 대한 인사권 행사는 이사장 고유 권한이다. 조합 내부에서도 협회장의 간섭은 월권이란 지적이 나왔다.

공제조합 노조 관계자는 “결원이 생겨 채용공고를 냈는데 평소 조합 직원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던 건설협회장이 ‘채용하지 말라’고 요구해 이사장과 마찰을 빚었다. 조합과 협회는 엄연히 별개 조직인데 직원 채용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6일에 있었던 ‘2022 건설인 신년인사’ 행사장 앞에는 건설공제조합 노조 관계자들이 영업점 축소 등 조직개편과 낙하산 이사장 등에 반발해 시위를 하고 있었다. 사진 = 김소윤 기자지난 6일에 있었던 ‘2022 건설인 신년인사’ 행사장 앞에는 건설공제조합 노조 관계자들이 영업점 축소 등 조직개편과 낙하산 이사장 등에 반발해 시위를 하고 있었다. 사진 = 김소윤 기자

◇협회의 경영간섭에 힘든데···협회사람(?)으로 이사장 채용 논란까지 = 공제조합과 협회와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오히려 더 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공제조합 노조는 현재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로부터 이사장 후보로 추천된 박영빈 동성그룹 부회장 선임을 강력하게 반대에 나서고 있는데, 해당 인물이 건설협회와 아주 연관 있는 인물로 내세웠을 것이라는 의혹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특히 박 후보자는 경남은행장 시절 지역업체들과 친밀한 관계를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그 업체 중에는 건설협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도 포함돼 있다는 소문도 전해진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 공제조합과 운영이 분리돼 있는 건설협회가 자기 사람으로 공제조합 이사장으로 내새워 경영 간섭을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것으로 노조 측에서 간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노조는 박 후보자의 리더십에 대해 난파선과 다름없는 건설공제조합을 하나로 뭉쳐 이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박 후보자가 과거 경남은행 재임시절,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모습으로 직원들을 출세의 도구로 생각하고 ‘줄세우기’를 하는 등 직원들에게 비인격적 대우와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게 자행해 경남은행 노조가 은행장 선임에 반대했던 인물이라는 것. 또한 각종 금융회사 등의 후보로 지원했으나 부적격 인물로 확인돼 탈락한 전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 관계자는 “조직개편 등 당면한 현안들이 산적한 중차대한 시기에 위기 극복을 위한 이사장의 덕목은 자율성,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소신과 함께 직원들과 소통‧화합하는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협회 측은 “운영위가 정식적인 공모 절차를 거쳐 박영빈 후보자를 내정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이번주 내 건설공제 총회가 있을 예정인데 운영위에서 승인을 받고 곧 이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덕흠 논란에 건설 협회-공제조합 운영 분리됐지만···갈등골은 ‘여전’ = 어찌됐던 노조 말에 의하면 건설협회는 공제조합을 어떻게 해서든 경영 간섭을 하고 싶어 안달난 모양새다. 현재로썬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은 완전 다른 회사다. 즉 건설협회로써는 공제조합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월권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왜 건설협회는 공제조합에게 미련을 못 버리는 듯한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사실상 불과 2년 전만 해도 대한건설협회장은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 및 운영위원장을 겸임할 수가 있었다. 이른바 ‘박덕흠 논란’이 터지기 전까지 말이다.

지난 2020년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전문건설협회장이 해당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 및 운영위원장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문건설협회장이 공제조합 운영위원을 겸임할 수 없도록 관련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같은 주장은 무소속 박덕흠 의원이 전문건설협회장과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던 당시 충북 음성의 한 골프장에 대한 수백억 원대 투자를 임의대로 결정했다는 의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진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이 600억원대 투자 결정을 주도했으며 해당 골프장을 매각하는 회사에게도 별도 증빙 자료 검토 없이 60억원대 지출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전문건설협회가 전문건설공제조합을 사금고화로 이용한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역시 건설공제조합을 사금고화하고 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당시 국정감사 조사에 따르면 협회가 조합 예산을 수시로 지원받아 골프행사, 홍보비 등으로 사용했는데 그 규모가 최근 5년간 495억원이나 달한다는 것이다.

노조 등의 주장에 따르면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 공제조합들은 협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다. 협회 공제사업부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다 공제사업이 커지면서 별도법인으로 떨어져 나온 경우가 많아 직원들끼리 친분이 있고, ‘협회원=조합원’인 구조라서 협회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협회는 운영 수익이 회원사 회비와 교육사업, 연구사업 등으로 제한적인 반면, 공제조합은 각종 부대사업을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좋다. 이 때문에 협회에서 조합 경영에 개입하거나, ‘감놔라 배놔라’ 하는 바람에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불똥은 협회가 아닌 공제조합에?···39개 지점→10개까지 축소해야 = 이런 논란의 불똥은 각 전국의 공제조합에게 튀었다. 해당 사건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난 한편 국토부는 공제조합 조직개편에 칼을 갖다 대기 시작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58년 만의 혁신’이라며 공제조합의 지점을 과감하게 축소해 조합의 경영효율성을 강조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도 비춰진다.

추진 안에 따르면 당시(2021년 2월 기준) 운영되고 있는 39개 지점을 올해 6월까지 10개 지점으로 축소키로 했다. 1년 반 만에 29개의 지점을 폐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혁신 안에 의해 4개 지점이 사라져 35개 지점만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일부 공제조합 관계자들은 국토부의 압박이라며 당연 분노했다. 게다가 전국 39개 지점을 불과 1년 반 만에 10개로 축소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주장했다. 해당 문제는 오는 3월 건설공제조합 주주총회서 의논키로 했다.

특히 영업점 축소로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득보다 실’이라는 것이다. 우선 조합원들이 공제‧보증 서비스 이용이 불편해질 가능성이 있다. 가까운 지역 영업점이 사라져 보증서 등을 끊으려면 타 지역에 있는 통합본부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월권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토부는 지점 축소의 명분으로 비용절감을 내세우고 있지만, 민간기업이며 흑자경영 중인 건설공제조합에 대해 대규모 조직개편을 명령하는 것은 관리감독 기관의 권한을 넘어선 월권이라는 비판이다.

공제조합 노조는 “매년 2천억 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900억 원가량을 조합원에게 배당하는 등 견실한 성과와 운영에도 불구하고 현 대한건설협회장은 취임 이후 건설공제조합 예산의 사금고화 및 골프장 인수사업 부당강요 등 건설공제조합의 경영 전반에 걸쳐 무분별한 경영간섭을 자행해 왔다”라며 “또 근거도 없는 방만 경영을 주장했고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인 국토부는 건설공제조합 직원과 조합원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제조합 경영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조직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라고 분노했다.

이와 관련 협회를 포함해 일부 관계자들은 공제조합 지점 축소로 조직이 슬림화돼 오히려 운영비가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 측은 “전국적으로 공제조합 영업점이 너무 많다. 또 최근에는 은행과 증권 등도 비대면 기조에 따라 오프라인 지점을 축소하고 온라인 업무를 강화하는 추세인데다 공제조합의 인건비, 복리후생비 등 그런 부분 등에 문제가 있으니 국토부가 나서서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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