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에서 가장 의미 있는 자회사이고 반기당 십여억원의 임금을 받던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개인으로써 큰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구조적으로 변화된 점이 없다는 것이다. 정몽규 회장은 HDC현산 자리는 내려놨지만, HDC 지주사의 회장직은 그대로 보유하면서 영향력은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했기 때문에 정 회장은 HDC현산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HDC현산은 HDC가 전체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고 정 회장은 이 회사의 지분 33.68%를 보유하고 있다.
단지 고용 계약만 해지 됐을 뿐이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다수의 오너가 CEO들이 직을 사퇴하는 것을 보면 사실 정 회장의 사퇴가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는 지 의문이다.
‘경영 퇴진’을 약속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유 주식을 처분 등 사재출현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밝힌 것도 아니다. 7개월간 두 차례 사고 동안 현장을 방문하고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이며 주말간 장고한 결론이 연봉 20억원짜리 회장직 사퇴라는 점이 앞서 ‘무보수’ 경영으로 그룹을 성장시킨 정 회장의 선택이라는 게 안타깝다.
이미 여론은 물론 피해자들도 정 회장의 사퇴를 ‘보여주기식 사퇴’라고 단정 짓고 있다. 구조적으로 변한 것 없는 사퇴가 ‘사죄’보다는 ‘회피’의 목적으로 보여서 일 것이다.
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골탈태’하는 자세로 완전히 새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비쳤다. 환골탈태는 뼈를 바꾸고 태를 빼낸다는 뜻이다. 뼈와 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어찌 환골탈태를 할 수 있을까.
이미 사퇴를 번복하기는 힘들다. 그럼 다음 수순으로 넘어가야 한다.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보상을 할 지, 어떻게 광주 시민들에 마음을 돌릴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하고 ‘안전’과 관련한 이 사태에 대해 조직은 어떤식으로 뼈와 태를 바꿀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를 생각하지 않은 진심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을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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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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