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홍보에 OEM 오인 표현 많지만 라벨은 '수입 기타주류'국내 OEM 기준 까다로워···스페인 '폰트살렘'에 제품 의뢰편의점 협업 수제맥주와 유사···말장난 지나지 않다는 지적
신세계엘앤비는 레츠 출시 공식 보도자료에서 '신세계엘앤비가 자체 발포주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츠는 종합주류 유통 전문기업인 신세계엘앤비의 역량을 담아 만든 스페인산 발포주', '스페인 현지의 유서 깊은 맥주 양조장(폰트살렘)과 협업해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되도록 생산했다.' '신세계엘앤비는 국내 맥주시장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지난해 7월부터 맛과 가성비가 특징인 신개념 발포주 '레츠' 개발에 착수했다.' 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신세계엘앤비가 레츠를 만들기 위해 폰트살렘과 협업했고 레시피를 연구하며 상당히 관여한 것으로 읽히지요. 물론 레츠라는 브랜드도 신세계엘앤비가 만든 자체 브랜드고요. 언뜻 보면 신세계엘앤비가 생산하는 발포주라고도 착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통해 적어도 '신세계엘앤비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발포주를 생산한 것이구나'라고 해석이 가능하죠.
그런데 레츠 라벨을 보면 레츠는 누가 봐도 단순히 '수입 발포주'입니다. 식품 유형에 기타주류. 원산지는 스페인. 제조사는 폰트살렘. 수입업소가 신세계엘앤비죠. 즉, 스페인 폰트살렘이 만든 발포주를 신세계엘앤비가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형태입니다.
식약처에선 국산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는 OEM 수입제품의 경우 제품명 주위에 제품명 활자 크기 2분의 1 이상의 한글로 원산지 표시와 함께 위탁 생산 제품임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치 OEM 생산 인 것 같은 레츠에는 이 같은 표기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면 레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주류 OEM이 허용된 것은 불과 지난해입니다. 주류 OEM을 위해선 주류제조 위탁자와 수탁자 모두 자신이 받은 주류 제조면허에 따라 제조할 수 있는 주류가 한정됩니다. 주류를 위탁 제조하려는 경우 본인도, 상대방도 이에 해당하는 시설 조건을 갖추고 동일한 면허를 취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세계엘앤비가 국내 OEM으로 레츠를 생산한다면 신세계엘앤비는 '기타주류면허'가 있어야 합니다. 또 발포주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산시설도 갖춰야 하고요. 그런데 해외 OEM은 이런 조건이 없죠. 해외 제조사가 우리나라의 주류제조면허가 있을 리 없을 테니까요. 해외에 주류 OEM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신세계엘앤비와 함께 레츠를 개발한 폰트살렘의 홈페이지를 보면 폰트살렘이 제조하는 주류 브랜드와 함께 '자사 브랜드 공동 포장(MDD-Private lables, Co-Packing)'이라는 탭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제조하는 주류에 원하는 포장을 해준다는 것이죠. 오비맥주가 '카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KBC를 통해 GS25-노르디스크 협업 맥주를 선보이는 것, 롯데칠성이 각각 '클라우드'를 가지고 있으면서 '곰표 밀맥주'를 위탁 생산해주는 것이랑 같다고 보면 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엘앤비가 스페인 발포주를 수입했다고 하면 간단하다. 해외에서 들여오면 어차피 수입이지 않느냐"면서 "그럼에도 '역량을 담아 만든', '자체 브랜드' 등의 표현을 써 소통했다는 것이 마치 신세계엘앤비가 만들어낸 제품인 것 마냥 오인하게 하는 지점"이라고 꼬집습니다.
그렇다면 왜 신세계엘앤비는 해외 양조장과의 제품 개발 및 생산까지 함께하는 협업이 아닌 단순히 수입하는 방식을 택했을까요? 앞서 말했듯 국내에서 주류 OEM 위탁을 위해서는 해당 주류에 대한 면허와 최소한의 양조 시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신세계엘앤비는 기타주류를 제조하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레츠 론칭 기자간담회에서도 신세계엘엔비는 보유하고 있는 제주소주 공장 활용 방안에 대해 "레츠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세계엘앤비 입장에선 다양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 국내 OEM보단 해외 양조장에 맡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해외 OEM에 대한 별도의 규정도 없는데다, 단순히 수입 기타주류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발포주는 맥아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술입니다. 레츠의 맥아 비율은 9%, 알코올 도수는 4.5도 입니다.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 주류로 분류되고, 세율 또한 종량세(현재 1ℓ당 834.4원) 적용을 받지 않아 저렴한 가격이 특징입니다.
다만 레츠 500mL 캔 제품의 소비자 판매가(1800원)는 경쟁 발포주 대비 가격이 10% 가량 높습니다. 게다가 한 편의점에서 수입하는 레츠와 동일 제조업체인 폰트살렘의 정통 필스너(맥아함량 70% 이상)의 경우 4캔에 5000원에 판매하고 있어 한 캔당 1250원 꼴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수입해 판매할 수 있는 발포주에 자체 브랜드를 입히다 보니 생산 과정에서의 비용이 오르며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된 것 같다"며 "국내 시장에서 발포주의 핵심 경쟁력은 맛이 아닌 가격인데, 같은 제조사에서 생산하는 필스너의 가격이 발포주보다 낮은 상황에서 소비자 입장에선 더 비싼 가격에 발포주를 마실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엘앤비 관계자는 "다른 주류 유통기업이 단순히 기존에 있는 제품을 수입하는 것과 레츠는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며 "(신세계엘앤비가)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콘셉트나 가격대, 재료, 맛 등 대략적인 구도를 정한 상태에서 의뢰를 넣었고 최종적으로 폰트살렘이 만든 제품이 원하는 콘셉트와 맞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레츠는 편의점 CU와 세븐브로이가 출시한 '곰표 밀맥주'나 이마트24와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가 내놓은 'SSG랜더스라거'와 같은 단순 협업 주류와 비슷한 제품이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신세계엘앤비가 역량을 담아 개발했다는 스페인산 발포주'와 같은 표현은 다소 과장된 것이죠. 마치 신세계에서 개발에 힘쓴 것과 같은 레츠는 결국 품질과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신세계엘앤비의 '신제품 커뮤니케이션'은 무척 아쉽기만 합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km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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