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부른 2년전 공사비 증액 계약...법원 판결나야 확정

설계 변경 등으로 시공단 전 조합과 공사비 증액 계약

현 조합 "부동산원 검증 결과 비공개, 연대보증 서명도 없어"

시공단 "당시 총회 전 검증 신청, 의무사항도 아니야"

공사 중단에 시공사 계약 해지 맞붙···소송전 불가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인 둔촌주공 재건축이 공사비 증액 계약을 놓고 조합과 시공단의 입장 차이로 멈춰섰다. 사진은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전경. 사진=이수길 기자

1만 가구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사업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조합과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 조합은 전 조합이 계약한 공사비 증액은 문제가 많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시공단은 "문제가 없다"며 팽팽하게 기싸움을 하고 있다.

현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공정률 52%가 달성된 상황에서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시공단은 지난 15일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를 중단했다. 정상적으로 공사도급변경계약을 체결했는데도 해당 계약을 조합이 부정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게 시공단 입장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공사도급변경계약은 지난 2019년 12월 전 조합과 시공단이 진행한 건이다. 자재 고급화와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기존 2조6708억원에서 3조294억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이다. 현재 공사비만 사업단 비용으로 1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시공사업단은 해당 계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기반으로 맺어졌고 이후 이를 바탕으로 관할 구청 인가까지 났으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단은 "한국부동산원 검증을 두 차례나 거쳤으며, 공사비 증액은 당초 원안보다 가구수가 늘어난 데다 조합 측 자재 고급화와 완자재 가격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합 측은 공사비 증액 계약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사비 증액 계약의 근간이 되는 2019년 12월 관리처분총회에서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고, 계약서에 연대 보증인의 개인 서명이 없다는 게 조합 측이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조합은 최근 정기총회를 열고 해당 공사 계약 변경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찬성률 94.5%)을 이끌어 냈다. 또 지난달 21일에는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조합은 시공단의 '공사 중단' 대응에 '계약 해지' 카드로 강경대응하고 있다. 공사 중단 기간이 10일 이상 계속되면 계약 해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25일 총회를 열어 시공계약 해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공단은 조합이 시공사 해지가 결정되면 총회 결의에 대해 효력중지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며 시공사 지위 확인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시공사 변경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소송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소송 결과에 상관없이 양측 피해는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짙다. 조합원의 경우 시공산이 사업비 지원을 중단하면서 이주비 대출 이자를 각자 충당하고 있고, 오는 7월 이주비 대출 만기 연장을 금융권에서 거부할 시에는 대출금 상황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조합도 이주비와 상업비 대출에 대한 연 이자비 800억원 가량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공단 역시 투입된 1조7000억원에 대한 금융비용 부담이 있으며,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 손실 등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또 소송 결과에 따라 귀책사유 발생 시에는 지체 보상금도 지게 된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