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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비트코인 현물 ETF는 왜 승인되지 못하고 있을까?

IT 블록체인 권승원의 코인읽기

비트코인 현물 ETF는 왜 승인되지 못하고 있을까?

등록 2022.04.20 08:42

수정 2022.09.02 16:20

권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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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는 왜 승인되지 못하고 있을까? 기사의 사진

2022년 4월, 비트코인(BTC) 현물 ETF가 여전히 승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첫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한 이후로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비트코인 ETF 승인'은 금융기관을 통해 금융상품으로 증권거래소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비교적 '비주류 자산'이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었던 암호화폐가 정식 금융자산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비롯해 다수의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비트코인 ETF 승인을 원하고 있다.

현물 ETF에 앞서 지난해 10월 선물 ETF가 승인됐다. 선물 ETF 출시와 동시에 많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현물 ETF 승인 시점에 대해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후 시세에 투자하고 거래하는, 현물 거래와 동일한 매커니즘을 갖춘 현물 ETF는 6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안개 속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곧", "내년 1월 혹은 2월"이라는 루머가 돌았지만 4월이 된 현시점에도 여전히 비트코인 현물 ETF는 시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베스코, 반에크 대형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절차에 회사의 많은 자원을 쏟았지만 이들 역시 문을 열지 못했다.

대형 암호화폐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SEC와의 소송도 불사할 것"을 언급하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사활을 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을 승인해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힌트를 얻기 위해서는 사회 속에서 특정 자산이 가치를 인정받고 '화폐'로 통용되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 제국의 힘 + 한정 수량 자산 = 화폐 금융 시스템

통화 시스템은 복잡하다. 화폐의 가치를 보증해주는 강력한 힘, 국가권력이 필요하다. 화폐의 탄생에는 한정된 수량의 특정 자산이 필요했다.

금화, 동전, 달러가 대표적인 예다.

로마제국이 거대한 영토를 거느리고, 그 안에서 금화를 통용하고 세금을 받았다. 그 이면에는 금이라는 한정 수량의 자산과 로마라는 거대 제국이 있었다.

동전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진시황은 새로운 제국 내 한정 수량 자산인 동으로 만든 엽전을 주조해 통용시켰다. 이 엽전은 거대한 제국의 틀, 그 안에서 화폐로 사용됐다. 글자 그대로 '동전'이 되었다.

달러도 다르지 않았다. 달러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금 1온스에 35달러가 연동된다는 개념으로 금본위제를 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로 인해 미국이 보유한 금이 바닥나며 1971년 금본위제는 짧은 역사를 뒤로한채 사라졌다.

하지만 1974년 '키신저 협약'을 통해 사우디 원유와의 연결고리를 만들며 '오일머니'로 전세계 기축통화의 파워를 유지했다. 달러의 존재에는 미국이라는 거대 제국과 함께 한정 수량인 금과 오일이 존재했다.

거대 제국은 자신들이 가진 힘을 활용해 지구상에 한정된 수량으로 채굴되는 특정 자산과의 연동성을 만들어 화폐 금융 시스템을 만들었다. 한정 수량의 자산을 활용해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 '비트코인 본위제' 출현

비트코인은 철저하게 한정 수량이다. 2008년 '리먼 쇼크'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시점에 탈중앙화된 P2P 형식의 디지털 화폐 시스템 개념을 설명한 8쪽 짜리 백서가 탄생했다. 2100만개의 한정 수량을 지닌 비트코인은 4년 주기의 반감기를 거치며 채굴되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사기', '가치가 없는 허구'라는 오명 속에 오직 민중의 수요와 사용에 따라 그 존재가치를 증명하며 명맥을 이어오다가 최근에 금융기관의 관심을 받으며 서서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비트코인 금융상품 출시는 결국 기존 '화폐' 시스템의 역사를 답습한다고 볼 수 있다. 한정된 수량의 자산으로 무한에 가깝게 발행할 수 있는 화폐를 발행해 금융시스템을 통제하는 패러다임이다.

금본위제를 모방한 '비트코인 본위제'는 시작단계다. 테라 재단은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의 준비금으로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1260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달러를 뜻할 수도 있는 스테이블 코인의 준비금이 비트코인으로 자리잡는다는 개념은 금, 오일에 이어 비트코인이 달러를 보증하는 자산으로 자리잡는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테라의 행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더 있다. 테라는 지난해 SEC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SEC는 테라가 주도하는 미러(Mirror) 프로토콜과 합성자산을 증권으로 보인다며 소송을 걸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지금 테라가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에 방대한 자금을 투입해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매집하고 있는 상황에 SEC는 침묵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 최대 금융 규제기관의 암묵적 합의로 해석할 수 있다.

# 합리적 비트코인 현물 ETF 거부 이유

비트코인 본위제가 시작된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출시, 판매는 기존의 화폐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를 의미하는 현물 ETF는 한정 수량의 자산으로 금융시스템을 컨트롤하는 패러다임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행위다.

골드만삭스, JP 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내 자산 규모 톱을 다투는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를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OTC 거래 개시 소식을 밝히기도 했다.

전통을 자랑하는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수용한 시점에서 단순히 '위험한 자산'이라는 명분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부하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논리다.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가격 변동폭이 심하다고 말할 수 있는 비트코인 선물 ETF만을 승인한 채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부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

영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인 비트코인 현물 ETP를 승인한 점에 미뤄볼 때 금융의 중심지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현물 ETF 출시 이후 새로운 형태의 화폐 금융 시스템이 작동할 가능성이 몇퍼센트나 될까? 한정 수량인 비트코인과 금의 공통점을 통틀어 많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Digital Gold)'라 부른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복잡한 금융상품 판매가 또다른 의미의 금본위제의 부활을 불러올 지, 신개념의 화폐 시스템을 안착시킬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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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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