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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도 무시한 불모지 韓, 고속열차 선진국으로 '우뚝'

佛도 무시한 불모지 韓, 고속열차 선진국으로 '우뚝'

등록 2022.05.09 15:14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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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7년까지 1.1조 규모 3세대 고속철도 차량 발주 계획해외서도 부정적이던 고속열차 개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성공고도의 기술력 요하지만 정보 습득 어려워··· 제한된 납기 등 변수도

사진=현대로템 제공사진=현대로템 제공

정부의 차세대 고속열차 도입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 4번째 고속열차 상용화 국가가 되기까지 뒷이야기가 재조명 받고 있다.

최근 정부는 최고시속 320km의 동력분산식 고속철도 차량 'EMU-320(KTX-이음)'을 2027년까지 25편성(200량) 발주할 계획을 내놓으며 전국 주요 도시를 2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청사진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약 1조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이번 발주 물량은 수원·인천발 KTX와 평택~오송 구간 남부내륙선에 차례로 투입될 예정이다.

동력분산식이란 KTX-산천에서 열차의 양 끝에만 동력원을 탑재하는 동력집중식과 달리 모든 차량에 동력원을 분산 탑재하는 방식으로 가감속 성능이 뛰어나다. 3세대 고속철도 차량인 'KTX-이음'에 첫 적용됐다.

국산 고속열차 개발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열악한 국내 개발 환경에서도 국내 산·학·연의 인내와 노력이 아니었다면 '국민의 발'로 자리잡은 지금의 고속열차는 태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국내 고속열차 역사는 토종 기술로 상용화에 처음 성공한 KTX-산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TX-산천은 지난 1994년 프랑스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제작한 연구개발 차량인 HSR-350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고속열차다. KTX-산천은 2008년에 첫 편성 출고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4번째로 고속열차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국가가 됐다.

첫 고속열차 개발 착수 당시 국내에는 설계나 제작, 노하우 등 고속열차 상용화를 위한 기술력과 산업적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기술을 이전한 프랑스 연구진조차도 우리나라의 고속열차 국산화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할 정도였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은 이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더 많은 추가적인 연구를 거쳐 비로소 차량을 실물로 구현하고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로템은 국산 고속열차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세대 고속열차인 KTX-이음 개발에도 나서게 된다. KTX-이음은 동력집중식인 KTX-산천과는 다른 동력분산식이었기 때문에 또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했다.

또한 현대로템은 지난 2012년 국책과제로 개발된 연구개발 차량인 HEMU-430X를 통해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기술을 확보한 이후에도 실제 승객을 태우고 운행해야 하는 양산 차량을 만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도전을 마주해야 했다. 소음이나 진동, 안전성 등 연구개발 차량과 다른 철도안전법 기술기준을 충족하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규 차종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규 차종을 개발하고 만드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 제한된 기간 안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까지 끝마쳐야 하는 데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고속열차는 다른 국가에서도 기밀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연구개발(R&D)을 거쳐 실제 제작과 시험을 거듭하며 기술을 하나씩 체득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례로 현대로템은 KTX-산천 개발 당시 300km/h 이상급 속도에 맞는 열차추진시스템 관련 부품을 확보해야 했다고 한다. 해당 부품의 정보를 얻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품 확보 후에도 해당 부품을 고속열차에 적용하기 위해 참고할만한 자료나 정보가 없어 일일이 시험을 통해야만 최적의 방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여기에 제작된 차량이 운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최적화하는 검증 작업도 필수다. 신규 차종 개발 시에는 이론 상 이상적인 기준치로 설계와 제작에 들어가지만 주행시험을 반복적으로 거치다보면 복합적인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KTX-이음의 기반이 된 연구개발 차량 HEMU-430X를 제작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어려움이 잘 드러난다. 당시 HEMU-430X는 공기 마찰을 고려해 주행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이상적인 기준치로 설계와 제작에 들어갔지만 이론과 실제 주행 시험 결과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공기의 흐름을 개선하는 하부 대차와 차량 옥상 덮개의 위치 등을 변경하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시험해보고 나서야 최적의 설계를 진행할 수 있었다.

검토할 외부 변수도 다양하다. 신규 차량이 철도안전법 기술기준에 충족하는 지 와 영업운행 투입 전 형식 승인이 가능할 지 여부 등이 그 예다.

제작 기간 자체가 짧게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감사원이 지난 2012년 펴낸 'KTX 운영 및 안전관리실태'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KTX-산천은 당시 국내 신규 개발 차종 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사례 대비 제작기간과 시운전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고속철도 차량인 TGV(떼제베)는 제작기간 60개월에 시운전 거리는 20만km에 달했으나 KTX-산천은 제작기간 36개월에 시운전 거리는 6000~1만2000km에 그쳤다.

현대로템 관계자는"신규 철도차량 개발과 양산에 여러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 동안 축적한 역량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우수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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